미래에셋, 스페이스X 공모주 ‘한주도 배정 못받아’…운용사 ETF 편입 계획도 차질

귄 쇼트웰 스페이스X 사장(오른쪽 두번째) 등 회사 관계자들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13일 뉴욕 맨해튼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스페이스X 상장 벨이 울리자 박수치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귄 쇼트웰 스페이스X 사장(오른쪽 두번째) 등 회사 관계자들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13일 뉴욕 맨해튼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스페이스X 상장 벨이 울리자 박수치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이 하루아침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입지를 다져온 미래에셋증권이 체면을 다소 구겼다. 회사의 명성은 물론이거니와 주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산운용사들까지 유탄을 맞게 되면서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 잭팟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취소 날벼락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지난 13일 새벽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잭팟을 터뜨리며 미국 나스닥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축포를 쏘아올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래에셋증권에 배정될 예정이던 공모주 물량(231만4815주)이 전부 삭감되는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나스닥 상장과 함께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한 탓에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물량을 재배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게 현재까지 나온 분석이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려진 것이 없다.

 

 공모주 인수단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던 미래에셋증권은 “각 인수인이 실제 배정받는 판매 물량은 대표 주관사의 최종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았을 뿐이다.

 

◆글로벌 IB 명성에 흠집

 

 경위가 어찌 됐든 스페이스X 기업공개가 최근 국내 관련 업계의 최대 화두였던 만큼 미래에셋증권은 명성에 흠집이 하나 생기게 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전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한 스페이스X 청약이 판매 시작과 거의 동시에 완판되며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까닭이다.

 

 당장 주가부터 적지 않게 출렁일 걸로 예상된다. 연초 2만원대에 머물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스페이스X 상장 기대에 매수세가 붙으면서 5월 초에는 8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는 오름폭을 일부 줄여 지난 12일 종가 기준 5만23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해프닝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일이지만 미래에셋증권이 기존에 갖고 있는 스페이스X 지분에 대한 평가이익에는 영향이 없다. 미래에셋그룹은 스페이스X 상장 전인 2022∼2023년 당시 2억7800만달러(한화 약 42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한 걸로 알려졌는데, 여기에는 미래에셋증권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주가가 6월 말까지 공모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2분기에 인식할 세전 평가익은 성과보수 차감 후 기준 1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안은 글로벌 인수단이 주도하는 초대형 기업공개의 구조와 위험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도 남을 전망이다. 대표 주관사의 마음대로 배정 물량이 좌지우지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ETF 운용사 계획 차질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배정 과정에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스페이스X 상장지수펀드(ETF) 조기 편입 계획이 무산돼 운용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스페이스X IPO(기업공개)에 참여해 확보한 주식을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와 ‘한국투자글로벌우주기술&방산 펀드’ 등에 분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3일 새벽 현지 최종 배정 과정에서 글로벌 대표주관사가 국내 인수단에 판매 가능한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전달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한투운용은 “미국 IPO 시장의 특수성과 가변성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지만 투자자 기대가 컸던 만큼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공모주 배정이 무산된 이후에도 장중 매매를 통해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 내 스페이스X 편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TIGER 글로벌AI액티브 ETF’, ‘TIGER 글로벌AI전력인프라액티브 ETF’ 등을 통해 스페이스X 조기 편입을 추진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당초 미래운용은 패스트 엔트리를 통해 상장일(D+0) 종가 기준 즉시 편입을 추진했으나 해당 공지는 1시간 만에 삭제됐다. 이후 지수사업자가 수시 리밸런싱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는 기존 방식대로 상장 2거래일 후(T+2) 편입으로 조정됐다.

 

패시브 운용 전략을 사용하는 다른 운용사들 역시 스페이스X 상장 이후 편입을 준비했지만 실제 공모주 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노성우∙정현민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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