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유가·임금상승 여파 지속”…물가 상승압력 장기화 경계

신현송 한은 총재는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 제공
신현송 한은 총재는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 제공

국제 유가 상승과 일부 업종의 임금 인상 영향이 시차를 두고 확산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더라도 이미 누적된 비용 부담이 서비스와 공업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체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 충격, 하반기부터 근원물가로 확산

 

한국은행은 17일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고 최근 물가 흐름과 향후 전망을 발표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뿐 아니라 다른 품목으로도 파급될 수 있고 국내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금 상승 역시 비용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올 4~5월 소비자물가 상승폭 확대는 국제유가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서비스 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근원물가 상승률도 확대됐다. 물가 상승이 석유류 가격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미국과 이란 간 합의로 국제유가 상방 위험이 다소 완화됐지만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에너지 품목을 넘어 공업제품과 서비스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 충격 이후 공업제품과 서비스, 공공요금 등의 가격이 시차를 두고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가 충격의 간접효과는 약 6개월 뒤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1년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간접효과는 확대되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던 시기에도 에너지 간접효과가 확대됐으며, 해당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약 20%를 설명한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 회복·임금 상승도 물가 자극 변수

 

한은은 이와 함께 경제 성장세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임금 상승세 확산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국내 임금 상승은 일부 IT 업종과 대기업의 특별급여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현재 임금 상승세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 상황은 아니지만 특정 업종의 높은 임금 인상이 다른 산업의 임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IT 대기업의 특별급여 증가는 노동 이동과 임금 기대 상승, 서비스 수요 확대 등의 경로를 통해 다른 산업의 임금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고액 특별급여가 일부 사업체에 집중적으로 지급되는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유의하게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내년에는 소비 회복과 임금 상승세 확산이 물가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와 달리 특정 업종의 이례적인 성과급 증가가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수요 측면과 비용 측면의 물가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소비 개선과 임금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한은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물가 상승 기대가 커질 경우 기업은 비용 증가를 예상해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상하고 소비자는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해 소비를 앞당길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다시 확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경험을 고려할 때 최근의 고유가·고환율 충격 역시 에너지 품목을 넘어 다른 재화와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물가 흐름은 국제유가뿐 아니라 서비스 가격, 임금 상승세, 소비 회복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고유가와 고환율의 영향이 에너지 이외 품목으로 시차를 두고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성장세 확대에 따른 수요 압력과 임금 상승세 확산도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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