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첫 9000선에 올라서면서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국내 증시 재평가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3000선 안팎에 머물던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황뿐 아니라 정부가 강하게 추진한 증시 부양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핵심 경제 과제로 내걸었다. 기업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평가를 받던 국내 증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 개정과 주주권 강화, 불공정거래 근절 등 자본시장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가장 큰 변화는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이다. 1차 개정에서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했다.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은 2차 개정을 통해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현재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개정 논의가 진행되며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시장에도 빠르게 반영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한국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지배구조 문제와 소액주주 보호 부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고, 이는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 급등의 배경으로 AI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외에도 상법 개정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따른 신뢰 회복 효과를 꼽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는 것이 증시 체질 개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주가조작 엄단과 함께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후속 입법도 검토하며 자본시장 개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코스피 9000시대가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주가 상승 과정에서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됐고 신용거래 역시 크게 늘어나면서 변동성 확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변화 등 대외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9000 돌파의 의미를 단순한 지수 상승보다 한국 증시의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는 데서 찾는다.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가 저물고 ‘코리아 프리미엄’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대형주 중심의 밸류에이션 정상화 단계를 지나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으로 확대되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과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한 정책들이 시행 단계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는 증시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자본시장 선진화와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한 후속 정책이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