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피 향하는 K증시] 긴급진단 '하반기 변수는 美 관세와 반도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던 국내 증시가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라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호황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상승장을 이끌고 있지만 7월 미국의 통상 압박과 반도체 협상, 미국 통화정책 변화 등이 하반기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8일 증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코스피 9000 시대의 의미와 하반기 시장 전망’을 물은 결과, 이들은 현재 상승세의 배경으로 반도체 호황과 AI 투자 확대를 공통적으로 꼽으면서도 미국의 통상정책과 통화정책 변화가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다음 주 예정된 미국 마이크론 실적 발표와 7월 초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단기적으로 시장 상승세를 가로막을 만한 뚜렷한 악재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주가 상승의 동력이 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외 업종들이 하방을 지지하고 순환매가 확산돼야 증시 체력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며 “7월 초 발표될 수출 지표를 통해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기계·화학 등 주요 산업의 수출 회복 여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9000 돌파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꼽는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번 상승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빅(Big)2의 이익 증가가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배 초반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 영역”이라며 “삼성증권은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1만1000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투자 전략 역시 반도체 중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예상 영업이익이 코스피 전체 상장사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시가총액 비중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여전히 가장 유망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현재 시장을 ‘펀더멘털 주도 강세장’으로 규정했다. 그는 “글로벌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코스피 9000 돌파는 단기 과열이 아니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이익 전망 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쏠림 우려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내놨다. 그는 “반도체 업종은 이익 증가 속도보다 주가 상승 폭이 크지 않아 오히려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편”이라며 “반도체와 전력기기, IT하드웨어 등 AI 인프라 중심의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 시장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형진 하나증권 용산WM센터 VIP PB 팀장은 미국의 통상 압박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그는 “7월 초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공청회와 이후 발표될 수 있는 슈퍼 301조 관련 조치는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관세율이 시장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자동차·철강·화학 등 수출주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전략이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확대 압박을 강화할 경우 통상 이슈가 단순 관세 문제를 넘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 팀장은 “관세 이슈에 민감한 업종은 비중을 조절하되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방산 등 구조적 성장 산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통화정책이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견조한 경기 흐름을 이유로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예상보다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위축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결국 7월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실적 시즌과 미국 통상정책, AI 투자 지속 여부가 동시에 확인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9000 돌파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 반도체 실적과 미국 AI 투자 흐름, 관세 협상 결과를 중심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희·주다솔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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