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피 향하는 K증시] 반도체發 불뿜는 코스피…가계는 ‘시름’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대형 반도체주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의 잔치’ 이면에는 반도체 독주에 따른 착시효과로 산업 간 양극화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서민 가계의 적자가 사상 최대치로 치닫는 등 증시 호황과 실물 경기 간의 괴리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9063.84에 마감하며 사상 첫 9천피를 돌파했다. 국내 증시의 초고속 랠리를 이끄는 결정적 원동력은 AI 대전환기 속 도래한 반도체의 초호황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확대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한 반면, 공급은 이를 따르지 못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HBM 등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강력한 공급 우위를 선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독주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독주가 키운 ‘9천피’ 뒤의 그늘

 

현재 반도체 업종으로의 극단적인 수급 쏠림은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흔들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단기 매매 수요가 몰리면서 개별 종목과 지수의 등락 폭을 한층 더 키우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이른바 ‘한국형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4.60포인트(19.05%) 급등한 91.23을 기록했다. VKOSPI가 종가 기준 90선을 돌파한 것은 2009년 4월 13일 지수 공식 산출 이래 사상 처음이다. 증권가에서 VKOSPI 70~80선은 정부 부양책조차 통하지 않는 ‘통제 불능의 패닉 국면’으로 분석하는 만큼 시장의 공포 심리는 극에 달하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것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과도한 쏠림과 지난달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처럼 증시 변동성이 커진 배경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현재의 기록적인 지수 상승 역시 이들이 만들어낸 지수 효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이 아닌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거두의 팽창이 만든 착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4200선으로 추정되며, 비(非)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부진은 올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산업은 IT 하드웨어가 유일하다”며 “반도체가 쏘아 올린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논란이 사회적인 측면과 주식시장에서도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發 착시...낙수효과 어디갔나

 

반도체 호황이 실물 경기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면서 가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성과급 잔치와 달리, 가계 소득의 축인 실질 근로소득은 올해 1분기 1.7% 감소하며 2024년(-4.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든 반면 빚은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나고있다. 한국은행 가계신용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조6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0.4%에 그치고 실질 근로소득은 도리어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부채 총량은 계속 불어나는 반면 소득 개선은 미미했던 셈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계층 간 소득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적자액은 43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5000원으로 2022년 이후 같은 분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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