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레버리지 투자 확대, 중소기업·자영업자 부실 증가를 핵심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융기관의 자본·유동성 등 복원력은 양호하지만, 자산시장으로 돈이 다시 몰리고 취약 차주의 상환 여력이 약해질 경우 금융불균형이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불안지수 ‘주의’…가계대출 5월 9.3조원 급증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의 단기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달 17.2로 주의단계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16.3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장기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6.0으로 장기평균인 45.7을 소폭 웃돌았다.
가계신용 증가세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가계대출 월별 증가폭은 지난해 10~12월 월평균 2조7000억원에서 올해 1~3월 3조원, 4월 3조5000억원으로 커진 뒤 지난달에는 9조3000억원까지 뛰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39.7%에서 올해 1분기 말 134.1%로 낮아졌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1.00%로 장기평균을 밑돌았다. 그러나 취약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 6.7%로 지난해 3분기 말 6.4%보다 상승했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도 4.9%에서 5.2%로 높아졌다.
자산시장에서는 금융불균형 우려가 커졌다. 주가는 반도체 업황 호조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 기대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변동성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주식 관련 대출 등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투자도 늘어났으며, 서울 등 수도권 주택매매가격 상승폭도 다시 확대됐다.
한은은 “차입에 의한 주식투자와 주택 관련 대출 증가가 맞물릴 경우 금융불균형 누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과열된 기대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부실채권 17.7조원…중소기업 비중 확대
한은은 취약부문의 부실 대출 지형도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2015~2016년 부실채권 사태 당시에는 조선·해운업 등 대기업이 리스크를 주도했던 것과 달리, 최근의 부실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022년 9월 말 9조7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증가해 올해 3월 말 17조7000억원까지 확대됐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뜻한다. 올해 3월 말 전체 부실 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58.9%에 달했다. 부실 대출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2016년 3월 말 32.2%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비중은 60.4%에서 20.5%로 축소됐다.
업종별로도 2016년에는 조선·해운업 부실 비중이 35.0%로 컸으나, 올해 3월 말에는 서비스업 비중이 52.0%로 절반을 넘어섰다. 1개월 이상 대출을 연체한 중소기업 차주 수 역시 2016년 3월 말 2만2339곳에서 올해 3월 말 5만8372곳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과 금융여건 변화에 대응해 시장안정 노력, 정책 공조 강화, 비은행권 리스크 관리, 취약부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비은행금융기관은 은행보다 자금조달과 운용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업권별 특성을 반영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