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기업 자산을 활용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압류·파산재단 자산은 신속하게 매각하는 등 공공자산의 ‘순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실·압류자산을 처분하는 데서 나아가 기업 정상화를 지원하고 회수한 자금을 다시 투입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넓히는 모습이다.
23일 캠코에 따르면 2023년 4월 도입한 ‘자산매입 후 임대(유동화) 프로그램’은 올해 첫 만기를 맞았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이 공장이나 사옥 등 보유 자산을 활용해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캠코는 기업의 경영정상화 가능성과 담보자산의 적정성 등을 살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23개 중소·중견기업에 4082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개 기업에 840억원을 지원했으며 연말까지 신규 지원 규모를 16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첫 만기를 앞두고 지원 기업의 조기상환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23년 지원을 받은 중견 상장기업 A사는 만기보다 6개월 앞서 250억원을 상환했고, 코스닥 상장기업 B사는 만기를 18개월 앞두고 300억원을 갚았다. 중소기업 C사도 97억원을 조기 상환할 예정이다. 3개 기업의 조기상환액은 총 647억원이다.
캠코는 회수한 자금을 다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아직 정상화 과정에 있는 기업은 유동화 증권을 차환 발행해 지원 공백을 막는다. 정상화에 성공한 기업의 자금을 회수해 새로운 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자산을 보다 빠르게 처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캠코는 최근 온비드를 통해 9277억원 규모의 압류재산 2084건을 공매했다. 부동산이 199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 가운데 주거용 건물도 525건 포함됐다. 감정가의 70% 이하로 나온 물건을 887건이었다.
압류재산 공매는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해 압류된 재산을 캠코가 매각해 체납액을 회수하는 절차다. 캠코는 최근 5년간 압류재산 공매를 통해 1조6347억원의 체납세액을 징수했다.
매각 속도도 높인다. 캠코는 이달부터 온비드에 ‘빠른입찰’을 시범 도입했다. 기존에는 한 차례 입찰이 유찰돼야 다음 회차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여러 회차를 한꺼번에 선택해 입찰할 수 있다. 우선 전국 회생법원의 파산재단 자산 매각에 적용한다.
캠코는 이를 통해 공매 자산의 평균 처분 기간이 기존 45~60일에서 20~30일로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에는 자산을 활용해 정상화할 시간을 벌어주고 처분이 필요한 자산은 신속히 시장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