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99번째 부동산 대책 정부는 100번째를 준비하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집값이 오르면 규제를 강화했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규제를 풀었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바꾸고,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다시 정비사업 규제를 손봤다. 그렇게 지난 20년 동안 나온 부동산 대책이 이번 8·13 대책까지 99번에 이른다.

 

99번이라는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 계산하면 두 달이 조금 넘을 때마다 한 번꼴로 새로운 정책이 나온 셈이다. 그런데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문제는 해결됐는가. 서울 집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지방은 미분양과 침체로 신음하는 반면 수도권 핵심 지역은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부족했던 것인가, 아니면 정책의 방향이 계속 빗나갔던 것인가.

 

이번 8·13 대책은 공급 확대와 공급 속도에 다시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공택지 사업 기간을 줄이고, 수도권 공급을 확대하며,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은 이제 숫자만으로 안심하지 않는다.

 

99번째 대책이 나왔다면 정부는 먼저 답해야 한다. 그렇다면 100번째 대책은 무엇인가. 또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조일 것인가. 또 세제를 손볼 것인가. 또 새로운 공급 목표를 발표할 것인가. 99번의 대책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100번째, 101번째 반복하는 것이 과연 정책인가.

 

부동산 시장에 더 이상 필요한 것은 대책의 숫자가 아니다. 실제로 집이 공급되고,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주택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따라서 앞으로 부동산 정책의 두 축은 분명해야 한다. 하나는 공급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건축비 인하다.

 

아무리 많은 공급계획을 발표해도 공사비가 계속 오르면 사업은 멈춘다.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고, 사업성은 떨어진다. 조합원 간 갈등은 커지고, 사업은 지연된다. 사업이 늦어질수록 금융비용은 다시 늘어난다.

 

결국 공사비 상승은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공급 감소는 다시 집값 상승 압력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공급을 말하려면 이제 공사비를 함께 말해야 한다. 현재의 공사비 상승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현장의 현실이 너무 복잡하다. 물론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올랐고, 인건비도 상승했다. 금융비용도 커졌다. 그러나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사비 상승폭은 이 같은 요인만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건설사의 공사비 구조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하이엔드’, ‘프리미엄’, ‘명품’을 앞세운다. 외관 특화, 고급 커뮤니티, 수입 마감재, 명품 주방, 최고급 가전, 호텔식 서비스 같은 표현이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무엇을 얼마에 구매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수천만원대 수입 주방가구가 정말 필요한지, 최고급 냉장고와 오븐, 세탁기, 시스템에어컨까지 모두 기본 사양으로 넣어야 하는지, 수입 수전과 대리석, 특화 조명과 각종 옵션이 왜 공사비 전체를 끌어올리는지 세부 원가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정비사업이 어느 순간부터 주택 공급 사업이 아니라 ‘명품 경쟁’이 돼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건설사는 수주 경쟁에서 조합원에게 더 화려한 상품을 제시한다. 조합 역시 인근 단지보다 더 좋은 조건을 원한다. 그 과정에서 고급화 경쟁은 끝없이 반복된다. 한 단지가 최고급 외산 주방가구를 넣으면 다음 단지는 더 비싼 제품을 요구한다. 한 현장이 호텔식 커뮤니티를 내세우면 다른 현장도 그 이상의 시설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 비용을 누가 내느냐는 것이다. 결국 조합원이 낸다. 공사비에 포함되고, 추가 분담금으로 돌아오고, 일반분양가에 반영된다. 그렇게 올라간 분양가는 다시 주변 신축 아파트의 가격 기준이 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고급화는 유리하다. 공사 규모가 커지고, 각종 특화공사와 옵션이 늘어날수록 전체 계약 금액은 커진다. 그런데 조합원은 실제 공사원가가 얼마인지, 건설사가 어느 정도의 이윤을 남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 구조에서는 건설사의 적정 이윤과 과도한 이윤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정말 건축비를 낮추고 싶다면 건설사의 공사비 산정 구조부터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사비 총액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주요 공종별 원가와 마진, 특화공사 비용, 옵션 품목 가격, 설계 변경에 따른 증액 내역을 조합원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른바 ‘명품가전’과 고급 마감재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반드시 최고급 냉장고와 오븐, 외산 주방가구, 수입 수전까지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가. 원하는 사람은 옵션으로 선택하면 된다. 모든 조합원에게 고가의 제품을 사실상 일괄 적용하고 이를 공사비에 포함하는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주택의 본질은 주거다.

 

정부가 공급을 확대하겠다면 주택을 더 화려하게 짓는 경쟁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브로커 문제 역시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는 없다. 철거, 창호, 마감재, 조경, 가구, 특화품목 등 조합원이 가격 구조를 알기 어려운 영역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다. 일부 현장에서는 업체 선정과 각종 자문·컨설팅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한다는 의혹도 반복된다.

 

하지만 브로커만 잡는다고 건축비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 구조다. 건설사의 공사비 산정, 협력업체 선정, 특화공사, 설계변경, 각종 고급 옵션과 조합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까지 모두 투명해져야 한다. 브로커 비용이 있다면 걷어내야 하고, 건설사의 과도한 이윤이 있다면 검증해야 하며, 불필요한 명품 경쟁도 줄여야 한다.

 

공사비를 낮추는 문제는 어느 하나의 주체를 악당으로 만드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비사업의 비용 구조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특히 하나의 대형 재건축 현장에서 높은 공사비가 인정되면 그것이 다른 현장의 기준이 되는 문제는 심각하다. 한 조합에서 높은 평당 공사비가 받아들여지면 다음 조합은 그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협상을 시작한다.

 

그렇게 공사비가 계단식으로 올라가면 분양가도 올라간다.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이 따라 움직이고, 결국 기존 주택 가격까지 자극한다. 공사비는 더 이상 조합과 건설사의 사적 계약 문제가 아니다. 국민 전체의 주거비 문제다.

 

그런 점에서 이번 8·13 대책은 시작일 뿐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이야기했다면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실제 공급을 가로막는 공사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공공택지를 빨리 공급해도 건축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면 사업은 진행되지 않는다. 공급 물량 숫자를 아무리 크게 써도 현장에서 삽을 뜨지 못하면 그것은 공급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99번의 대책이 나왔다. 이제 국민은 100번째 대책의 이름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왜 99번이나 대책을 냈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했는지, 왜 여전히 서울에서는 공급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지, 왜 새 아파트를 지을 때마다 공사비가 뛰고 분양가가 올라가는지 그 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100번째 대책이 또 나온다면 그것은 오히려 99번째 대책이 실패했다는 고백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제 대책의 개수를 늘리는 경쟁을 멈춰야 한다.

 

공급을 실제로 늘리고, 인허가를 단축하고, 건축비를 낮추고, 건설사의 공사비와 이윤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명품가전과 과도한 고급화 경쟁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공사비 곳곳에 숨어 있는 불투명한 이권 비용도 걷어내야 한다. 더 많이 짓고, 더 빨리 짓고,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어야 한다. 지난 20년의 99번 대책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오히려 단순하다.

 

부동산은 말로 잡히지 않는다.

 

100번째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99번째 대책을 마지막 대책으로 만들 각오가 필요하다.

 

공급 확대와 건축비 인하.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100번째 대책도, 101번째 대책도 결국 또 하나의 숫자로 남을 뿐이다.

 

정해권 부동산 재건축 탐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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