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공급이 부족한 서울 핵심지역에서는 매물 증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시장 안정의 전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해권 부동산 재건축 전문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상당수 내용이 과거 정부에서 시행됐거나 유사한 형태로 반복됐던 정책”이라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세금을 완화하거나 강화하고 대출 규제를 조이거나 푸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정 전문가는 지난 20년간 부동산 정책 패키지가 95차례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4.4회꼴이다. 정 전문가는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다”며 “공급 계획과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정책 변화에 따라 수정되거나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정책 내용보다 제도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를 먼저 살피고 있다”며 “세제와 금융, 공급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주택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세제개편안이 현실화하면 매물 확대 효과가 예상된다”며 “다주택자 중과 완화와 고령층 이주 수요가 맞물리면서 매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도 대상으로는 세 부담이 커지는 고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둔 사업자, 강남권 주택을 장기 보유한 고령 다주택자, 지방에 여러 채를 보유한 투자자 등이 거론됐다. 지방 이주 감면을 활용하려는 일부 65세 이상 고령 1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매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서울 핵심지역의 가격 하락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함 랩장은 “서울 등 준공 물량이 부족한 지역은 매물이 늘더라도 대기 수요가 이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제 변화만으로 핵심지역의 가격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수요자의 추격 매수 심리는 다소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포모(남들이 부동산을 사서 수익을 내는데 나만 기회를 놓칠까 봐 불안해져 추격 매수에 가담하는 심리)’ 매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절세와 실거주 목적의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갭투자나 단기 차익을 노린 수요는 대출·세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전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매입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축소되면 민간 임대주택과 전세 물량이 줄어 월세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매물이 늘더라도 공급이 부족하고 실수요가 집중된 서울 핵심지역의 가격 조정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과 지방, 도심과 외곽의 수급 구조가 다르다”며 “세 부담의 완화나 강화 자체보다 정책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제와 금융, 공급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지 못하면 매물 확대 효과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안의 시장 영향은 입법 과정과 시행 시점, 세부 적용 기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지만 서울 핵심지역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