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진료실을 찾아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됐냐’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 혈액순환 장애, 자가면역 반응, 과로와 스트레스 등 원인으로 거론되는 요인은 많지만, 정작 검사를 마치고 나면 ‘원인 불명’이라는 답을 듣는 경우가 상당수다. 실제로 돌발성 난청은 특발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뚜렷한 하나의 원인을 짚어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제는 원인이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치료 방향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어떤 환자는 혈류 순환 문제가 두드러지고, 어떤 환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겹쳐 있으며, 또 다른 환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얽혀 있기도 하다. 같은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명 안에서도 환자마다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발성 난청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맞춤 치료다. 골든타임 안에 스테로이드 주사나 고압산소치료 등으로 급성기 염증을 가라앉히는 처치는 공통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이후의 회복 과정은 환자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뇌'다. 민예은 이비안한의원 원장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의 원인이 혈관일 수도, 바이러스일 수도, 신경일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신호가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은 뇌라는 하나의 관제실이다. 그는 “각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어도, 그 신호는 결국 청신경을 타고 뇌로 모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신호 처리에 이상이 생기면 뇌는 소리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청력 회복도 더뎌진다. 원인은 제각각이어도 회복의 열쇠가 청각뇌신경에 있는 이유라는 게 민 원장의 설명이다.
민 원장은 “진단 단계에서는 정밀 청력검사와 더불어 맥진·체열진단 등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손상 양상과 전신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떤 요인이 얼마나 얽혀 있는지, 청각뇌신경 전달 경로의 어느 지점이 취약한지를 개인별로 확인해야 치료 방향을 제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치료 역시 환자 상태에 따라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청각뇌신경망의 반응성 자체가 떨어져 있다면 신경 반응성을 끌어올리는 처치가 우선되어야 하고, 세포 재생 속도가 더딘 경우라면 재생을 돕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 여기에 귀 주변 순환을 개선하는 치료와 청각뇌신경 재생을 돕는 치료를 병행해, 개인별 손상 패턴에 맞춰 회복을 이끄는 것이 관건이다.
돌발성 난청은 그야 말로 청력의 돌발 상황이라 돌발성 난청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많은 의료진에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청각뇌신경을 재건할 수 있는 특수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의 청각신호를 해석하는 구조의 재활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청각뇌신경의 뇌파를 안정시키기 위해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고 적절한 자가 재활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미주신경을 비롯한 자율신경계의 안정과도 직결된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스트레스와 불안, 불규칙한 수면이 이어지면 청각뇌신경망의 회복은 그만큼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예은 원장은 “돌발성 난청의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회복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원인이 복합적일수록 환자 개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춰 청각뇌신경을 회복시키는 맞춤 치료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