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52)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동 안내 문자를 받고 한숨을 쉬었다. 2년 전 내 집 마련을 위해 4억원의 대출을 받은 A씨의 금리는 기존 연 3.85%에서 연 4.35%로 0.5%포인트 뛰어올랐다. 이로 인해 A씨가 매달 내야 하는 이자만 기존 약 128만원에서 145만원으로 17만원가량 늘었다. 연간으로 치면 약 200만원 이상의 금융비용이 추가로 나가는 셈이다. A씨는 “물가도 크게 올랐는데, 대출 이자까지 매달 수십만원씩 더 나가다 보니 외식은 꿈도 못꾼다”고 토로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 금리는 1년 새 0.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맞물리면서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 금리 오름세가 유독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만 0.5%p ↑…기업대출 비껴간 금리 인상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동결되거나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금리는 0.5%포인트 안팎으로 급등했다.
실제로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대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5월 연 4.15%에서 올해 6월 4.17%로 0.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중소기업 대출금리 역시 연 4.17%에서 4.38%로 0.21%포인트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급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87%에서 4.36%로 0.49%포인트 상승했으며, 일반 신용대출도 연 5.21%에서 5.72%로 0.51%포인트 뛰었다. 대기업 대출금리 오름폭(0.02%포인트)과 비교하면 가계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 상승 폭이 최대 25배 이상 가팔랐던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일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국내 시장 지표금리를 자극한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발맞춰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잇달아 인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소득층 연 48만원, 50대 이상 31.5만원↑…이자 부담 전방위 확산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름에 따라 소득 및 연령별 가계가 받는 재정적 압박도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시산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0.50%포인트 인상될 때 소득수준별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증감액은 고소득층이 48만원으로 가장 컸다. 이는 중소득층(21만7000원)과 저소득층(20만6000원)의 이자 증가액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은퇴를 앞두거나 진입한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부담 증가가 두드러졌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50대 이상의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15만7000원이었지만, 0.50%포인트 인상 시에는 31만5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주택 관련 대출뿐만 아니라 자영업 및 사업자금 대출을 떠안고 있는 중장년층 가계 역시 금리 상승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총량 관리의 그늘…실수요 가계 금융비용 부담 가중
이처럼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전방위로 늘어나는 배경에는 은행권의 차등적 금리 적용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출 총량을 줄이라는 당국의 압박 속에서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 관리하기 쉬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은 650조3766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5조4005억원 증가한 수치로, 올해 배정된 연간 한도(4조3300억원)를 이미 1조705억원 초과한 상태다. 한도를 넘어선 은행들이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인상, 마이너스통장 한도 5000만원 제한 등을 적용하면서 실수요 가계의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국 가계부채 억제라는 정책적 목적의 이행 부담이 대출 총량 조절 과정을 거치며 가계 실수요자의 실질 이자 부담으로 그대로 귀결된 셈이다. 가산금리 인상에 기준금리 인상 여파까지 겹치면서 경제 주축인 청년층과 40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의 금융비용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