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모씨(69)는 평일 오전 6시부터 빌딩 청소 일을 한다.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약 130만원이다. 김씨의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 70만원가량이지만 혼자 사는 데 월 140만~150만원은 필요하다.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 식비만해도 80만원이 들고 의료비와 보험료, 공과금·통신비 등으로 40만원 넘게 지출한다. 예상하지 못한 병원비까지 생기면 연금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김씨는 “한 달에 적어도 80만~100만원은 더 벌어야 생활이 된다”며 “일을 그만두면 바로 생활비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층 취업 1000만명 돌파…절반 이상 “생활비 때문에”
김씨처럼 은퇴 이후에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고령층이 늘면서 55~79세 취업자가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취업자는 1012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4만5000명 늘었다. 55~79세 인구 1701만7000명 가운데 59.5%가 일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65~79세 고용률도 47.8%에 달했다.
고령층 취업 확대에는 건강수명 증가와 일하려는 욕구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족한 노후소득 때문에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생계형 취업’의 그림자가 짙다. 통계청 조사에서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은 1178만2000명으로 전체의 69.2%에 달했다. 이들이 희망하는 평균 근로 연령은 73.6세였다. 현재 취업자만 놓고 보면 무려 93.4%가 계속 일하기를 원했다.
일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생활비다.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 가운데 53.4%가 근로 희망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을 꼽았다. ‘일하는 즐거움’은 36.7%였다. 은퇴 후에도 일하는 상당수에게 노동은 선택이라기보다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가까운 셈이다.
◆연금은 월 88만원…정년·수급 사이 ‘소득 공백’도
노후의 버팀목이 돼야 할 연금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1년간 연금을 받은 55~79세 고령층은 전체의 52.7%인 896만9000명이었고, 이들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8만원에 그쳤다. 전년보다 2.1% 늘었지만 여전히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낮은 연금소득은 높은 노인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연구원의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6’에 따르면 2024년 66세 이상 은퇴연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7.7%에 달했다.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 15.3%를 크게 웃돈다. 여성 은퇴연령 인구의 빈곤율은 42.7%로 더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이 약 40%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직장을 떠나는 시점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 사이의 공백도 길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올라가고 있지만 법정 정년은 60세다. 한국은행은 2028년 이후 60세에 정년퇴직한 근로자의 경우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최대 5년간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퇴직 후 별도의 소득원이 없다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OEC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 14.8%의 2.7배에 달했다. 여성 고령층의 빈곤율은 45.0%로 남성(32.6%)보다 12.4%포인트 높았다. OECD는 국민연금 도입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 현재 고령층 상당수가 충분한 가입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다만 소득만으로 고령층의 경제적 여건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이 낮더라도 주택이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이 적지 않은 만큼, 보유 자산을 연금이나 주택연금 등으로 소득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정 지원은 활용 가능한 자산이 없는 취약 고령층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OECD의 제언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