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나이 마흔을 맞이한1987년생이자 스무 살부터 자취 중인 미혼 남성인 동시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산업부의 유통팀 소속 기자의 최근 영수증을 통해 트렌드를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국문과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20년 전 입학 당시 ‘굶는과’라는 조롱(?)을 당했지만 대부분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말 혹은 글로 먹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는 다르지만 똑같은 국문학도인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도 마치 내 일처럼 기뻐하고 뿌듯해했다.
지난 13년간 종이신문·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업계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몸담은 매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우를 몇 번이나 겪었으니. 동시에 본질은 지키면서도 바뀌어가는 세상에 발맞춰가는 업계의 노력과 그 결과물에 희망을 본 경우도 꽤 있다.
신문과 잡지가 단순 정보전달의 매개거나 읽을거리를 넘어 일종의 ‘굿즈’로 선택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3년 프로야구 LG의 우승 당시 벌어진 종이신문 품귀 현상, 최근 BTS의 광화문 공연 현장에서 등장한 BTS 특집 신문의 매진이 그렇다. 반려동물 동반 카페 등 관련 매장에 비치된 펫매거진으로부터도 용기를 얻는다.
최근 방문한 민음사×오늘의귀여움 팝업 ‘문장 너머의 세계’ 현장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60년 전통의 출판사 민음사가 캐릭터 IP 브랜드 오늘의귀여움과 손잡은 이 팝업은 지난 11일부터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리빙파크 팝업존에서 열리고 있다. 주말과 평일을 막론하고 방문객이 몰리는 가운데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사전예약 및 현장대기 신청을 건 뒤 차례로 입장이 가능하다.
지난 18일 현장대기 신청 후 3시간 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인기 캐릭터로 패러디된 패러렐 커버가 적용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와 젊은작가 소설 및 시집 시리즈 등 서적이 눈에 띄었다. 박참새 작가의 시집 ‘정신머리’를 구매한 방문객은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커버가 너무 귀엽고 작가 이름과 시집 제목도 인상적이라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웃었다.
알베르 카뮈 작가의 디에센셜 서적을 집어 든 또 다른 “사실 수년 전에 구매한 책이라 집에 오리지널 버전이 있다. 하지만 당시 너무 감명 깊게 읽은 데다 책 커버가 귀여워서 굿즈 개념으로 또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책을 여러 권씩 구매하는 모습에 괜스레 뿌듯함을 느끼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1’과 피천득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를 구매했다. 귀여움과 허영이 동시에 충족되는 기분이었다.
패러렐 커버 노트 등 굿즈와 서적 일부가 이미 다 팔렸다고 해서 아쉬웠는데 다음날 재입고 된다는 소식을 듣고 19일 또 다시 팝업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4시간을 기다려 입장했는데 전날보다 방문객이 더 많아 보였다. 취재노트로 쓸 노트 4권에 더해 지인들의 부탁으로 책 2권과 노트 8권에 스마트톡, 엽서까지 구매했다. 수많은 방문객들 사이에서 양팔 가득 책과 노트를 안아든 스스로의 모습이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팝업 현장에 마련된 캡슐토이, 이른바 ‘가챠’도 인기가 뜨거웠다. 미니어처 북 키링, 액정 클리너, 랜티큘러 책갈피, 캐릭터 피규어 키링 등 굿즈들이 방문객의 지름신을 자극했다. 안경이랑 스마트폰 닦을 때 써야한다고, 책 읽을 때 필요하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면서 가챠를 돌렸다.
노트의 경우 곧바로 개시를 했는데 현장에서 만난 동료 기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아 뿌듯했다. 특히 “오, 역시 국문과”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광대가 승천하는 줄 알았다.
국문과 출신 종이 매체 업계 종사자에게 자부심을 안겨준 민음사×오늘의귀여움 팝업은 오는 26일까지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이어지며 8월 28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부산 삼정타워 7층 팝업존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이에 더해 GS25 편의점과도 협업한 ‘문학빵’도 지난 21일 출시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