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영유아 사교육의 현주소] 5세 10명 중 8명 사교육…텅 빈 놀이터, 줄 잇는 셔틀버스

우리나라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약 절반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미취학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47.6%로 추정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약 절반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미취학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47.6%로 추정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뉴시스

 

<편집자주> 영유아 사교육의 시작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아이들의 하루와 가정의 교육·돌봄 방식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사교육 참여 실태와 아이들의 수면·놀이·정서에 미치는 영향부터 비용 대비 효과, 사교육을 부추기는 사회적 배경을 짚어보고, 모집시험 규율과 돌봄 확대 등 관련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교육부 공동기획

 

◇[영유아 사교육의 현주소]

 

[글 싣는 순서]

 

①5세 10명 중 8명 사교육…텅 빈 놀이터, 줄 잇는 셔틀버스

② 월 154만5천원 유아 대상 반일제 영어학원…앞선 진도는 얼마나 오래 갈까

③ “아직도 영유 안 보내요?”…부모 조바심 파고든 ‘가짜 불안’ 깬다

 

 

“엄마, 오늘 노란 버스 몇 번 더 타야 집에 가?”

 

지난 20일 화창한 평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의 미끄럼틀과 그네는 텅 비어 있지만 단지 앞 정류장은 비상등을 켠 노란색 학원 셔틀버스로 북새통을 이룬다. 유치원 셔틀에서 내린 만 5세 하윤이는 엄마 손을 잡을 틈도 없이 곧바로 맞은편 영어학원 셔틀버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차 안에서 음료수를 급히 마신 뒤 이어지는 영어 스토리텔링 2시간, 귀가 후 방문 학습지, 저녁 식사 뒤 이어지는 사고력 수학 문제집과 유아용 논술 교재 풀이까지, 하윤이의 하루에 흙장난이나 놀이터 친구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현장에서 만난 하윤이 엄마 최모씨는 “놀이터에 나가도 같이 놀 또래가 전혀 없다. 다들 4세부터 달린다는데 우리 아이만 놀게 뒀다간 첫 단원평가부터 뒤처진다는 공포 때문에 하루 서너 개의 일정을 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대치동의 한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만 4세 수빈이의 일정도 만만치 않다. 현행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이 아닌 학원이 ‘유치원’ 명칭을 쓰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여전히 영어유치원으로 통한다. 등원 전까지 활발하던 아이는 ‘영어 전용’ 환경인 교실에 들어가면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모국어가 서툰 상태에서 낯선 언어로만 생활하다 보니, 하원 시간 셔틀버스에서 내릴 때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집착하듯 떼를 쓰거나 짜증을 내는 날도 잦아졌다.

 

수빈이 엄마 김모씨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민이 되지만, 주변에서 다들 영어유치원을 보내니 그만두게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장아장 걸음마 떼자마자…대치·목동 사교육行

 

사교육 출발선이 끝없이 낮아졌다. ‘2024년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미취학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47.6%로 추정됐다. 연령별로는 2세 이하 24.6%, 3세 50.3%, 4세 68.9%, 5세 81.2%였다. 다만 이 조사는 2024년 7∼9월을 대상으로 한 시험조사로, 연간화되지 않은 미승인 통계다.

 

사교육에 발을 들이는 시점 역시 앞당겨지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별도 조사(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김은영 외 2024)에 따르면 사교육 경험이 있는 2세 아동 가운데 만 0세반부터 사교육을 경험한 비율이 2016년 11.97%에서 2024년 32.96%로 높아졌다. 학습 관련 사교육을 이용하는 5세 아동의 평균 이용 개수도 2016년 1.64개에서 2024년 2.07개로 늘었다. 영어학원과 사고력 학원의 입학 평가가 ‘4세 고시’, ‘7세 고시’로 정형화되면서 조기 선행학습의 출발선은 끝없이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배우는 나이가 빨라지면서 평가와 서열화의 나이도 함께 낮아졌다는 점이다. 지필평가와 구술 인터뷰로 당락을 가르고 촘촘한 레벨 경쟁과 언어 통제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이른 나이부터 압박감을 체감한다. 실제 사교육 참여 유아의 주당 평균 시간도 3세 5.2시간, 4세 6.4시간, 5세 7.8시간으로 늘어난다. 장시간 주입식 수업과 신체활동 제약은 정서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쟁 뒤처질까 불안한 부모들…사교육만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도한 일정이 유아기 필수 발달 경험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5세 권장 수면시간은 10~13시간이며 충분한 신체활동과 놀이가 필수적이다. 영유아 발달에는 반응적인 관계와 수면, 활동적인 놀이, 언어적 상호작용이 필요하지만, 구조화된 학습 시간이 늘수록 세상을 탐색하고 또래와 관계를 맺는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영유아 사교육의 확산을 부모 개인의 과도한 교육열이나 과소비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그 이면에는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교육 불신, 미래 투자 기대,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 등 구조적 배경이 맞물려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사교육 의존은 단순히 부모의 선택 때문만이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신뢰 부족과 사회적 경쟁 압력에서 비롯된다”며 “영유아기의 핵심 과제는 지식을 더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세상을 더 깊이 경험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현정민·주다솔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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