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준금리 인상과 시중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 차주 지원에 나선다. 코로나19 시기 금융지원을 받은 뒤 3년 넘게 빚을 갚지 못한 소상공인의 장기 연체채무를 조정하거나 소각하고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차주에게는 금리와 보증료 인하, 대출한도 확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28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민생이 우리 경제의 가장 핵심”이라며 “청년·서민·소상공인·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은 두텁게 보호하고 민생경제를 저해하는 시장 교란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취약차주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코로나19 시기 빚이 누적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0~2023년 코로나19 기간 실행된 개인사업자 대출은 총 358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갚지 못한 잔액이 154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43.1%에 달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도 6조3000억원으로 미상환 잔액의 4.1% 수준이다.
정부는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무담보 채권 가운데 2023년 6월 이전 연체가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진 장기연체채권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상환능력 등을 따져 원금을 감면하거나 채권을 소각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구체적인 대상과 지원 규모, 감면 수준은 올해 4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공공기관의 장기 연체채권 관리도 강화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장기 미상환 특수채권 162억원을 처음으로 일괄 소각하고, 해당 기업 대표이사 등 연대보증인의 채무도 함께 없애기로 했다.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는 소멸시효를 완성하는 등 공공기관이 장기간 보유한 부실채권 정리도 추진한다.
빚을 성실히 갚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에는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대출한도도 최대 2억원 높인다.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희망드림 대출’ 공급 규모는 두 배로 확대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상공인에게는 특례보증료율 우대를 확대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연체 없이 채무를 상환하는 기업에는 이자를 감면한다. 내년 지역신용보증 심사체계를 개편하면서 성실상환 이력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정책금융 공급도 보강한다. 한국은행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내년부터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손질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이차보전 규모도 늘리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는 별도의 이차보전 사업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수출입은행은 다음 달 신속특례대출 500억원과 기술특례대출 1000억원을 출시하고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보증료를 대신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산업은행은 금리 변동 위험을 낮춰주는 안심금리전환 지원자금 한도를 내년 1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린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서민금융 공급도 확대한다. 정책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 공급액은 올해 5조9000억원에서 내년 6조2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어난다.
청년 대상 미소금융도 문턱을 낮춘다. 현재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던 대상을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청년까지 확대한다. 대출한도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두 배 높인다.
구 부총리는 최근 가계소득과 소비가 개선되고 있지만 취약계층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 12분기 연속 증가했고 소비지출도 3.4%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7.5%로 5개 분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부는 물가와 민생 부담을 낮추기 위한 추가 대책도 이어간다. 다음 주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해 명절 성수품과 자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행사, 근로·자녀장려금 조기 지급, 휴가비 지원과 교통비 경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