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하면서 연간 증가 목표치를 60% 넘게 늘려 잡았으나,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대출 여력은 여전히 빠듯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치가 집단대출 위주로 숨통을 틔워준 데다 기존 대출 증가세가 이미 가팔랐던 탓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액 목표치는 기존 4조3천400억원에서 규제 완화에 따라 2조6400억원이 추가되며 총 6조9800억원으로 60.8%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7일까지 5대 은행의 실제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6조6677억원에 달한다. 완화 전 목표치(4조3400억원)를 2조3277억원 초과한 것은 물론, 새롭게 배정된 연간 한도(6조9800억원)의 95.5%를 이미 채운 셈이다. 남은 연말까지 5대 은행 전체가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한도는 약 3123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개별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일반 실수요자들의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번 한도 확대가 잔금대출 등 분양 관련 집단대출의 차질 없는 공급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이 잠정 배분한 총량 목표치를 세부적으로 추가 협의 중”이라며 “새로운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부수 거래가 없는 일회성 자금 공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종합 자산관리형 고객을 확보하는 데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8월 들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81조4377억원으로 7월 말(778조9791억원)보다 2조4586억원 늘었다.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이끈 반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축소 등 관리 강화로 감소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 압력도 여전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기 시장금리는 일정 폭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신용대출이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