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재생과 현실 지방줄기세포…‘많이 배양할수록 좋다’는 착각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는 유전자와 세포를 조작해 손상된 신체를 재생시키려는 장면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빌런 리저드다. 과학자 코너스는 신체 재생을 위해 도마뱀과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하다 결국 리저드로 변이한다.

 

영화 속 설정과 현실의 재생의학은 전혀 다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 가능성을 살피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치료에서 세포의 숫자만큼이나 ‘어떤 과정을 거친 세포인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줄기세포는 지방조직이나 골수 등에서 얻을 수 있다. 체외에서 배양하면 적은 양의 세포를 수천만~1억 개 이상으로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세포 수가 많다고 치료 효과까지 비례해 커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배양액의 종류와 배양 기간, 세포를 옮겨 키운 횟수 등에 따라 세포의 특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대표원장은 “세포 수를 많이 늘렸다는 사실만으로 치료 효과가 높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배양 기간과 방법, 보존 과정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반복 배양할 경우 세포의 면역조절 기능이나 특성이 변할 가능성을 다룬 연구들이 보고돼 있다. 반복 투여 과정에서 면역반응 가능성을 살펴본 동물실험도 있어 배양 여부와 방법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몸에서 얻은 자가 줄기세포라고 해서 배양 과정까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배양에 사용하는 성분이나 세포를 증식시키는 환경 등에 따라 세포 상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모닛셀 김진옥 연구소장은 “자가 줄기세포라도 어떤 조건에서 배양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세포의 출처와 함께 배양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체외에서 배양·증식한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자유롭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가된 세포치료제나 승인된 임상시험, 첨단재생의료 관련 절차 등 정해진 기준을 따라야 한다.

 

배양하지 않은 자가세포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지방조직에서 분리한 기질혈관분획(SVF) 등이 있다. SVF는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비롯해 다양한 세포가 함께 포함된 세포군이다. 특히 지방은 복부나 허벅지, 팔뚝 등 비교적 다양한 부위에서 확보할 수 있다. 지방흡입이나 지방추출주사 등을 통해 얻은 자가 지방을 적절한 과정을 거쳐 분리하면 지방 속 세포 성분을 활용할 수 있다.

 

김정은 원장은 “비배양 자가세포는 장기간 체외 배양에 따른 세포 상태 변화나 배양액 성분 노출 등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다만 어떤 방식이든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적에 맞는 의료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줄기세포 치료를 고려한다면 세포 수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허용된 절차인지, 자가세포인지, 어떤 방식으로 채취·분리되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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