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앞으로 다가온 가상자산 과세…여권에서도 “인프라·실질 반영한 보완책 먼저”

사진= 3일 오전 10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정민 기자
사진= 3일 오전 10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정민 기자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 체계가 실질적인 거래 행태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어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상자산을 단순히 ‘기타소득’으로 묶어 일괄 과세할 것이 아니라, 채굴·스테이킹·렌딩 등 거래 경제적 실질에 맞춘 소득 구분과 체계적인 과세 인프라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3일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의 과세 설계와 집행 가능성에 대해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박 교수는 “2020년 세법 개정 이후 세 차례 유예됐지만 본질적 진전 없이 양도·대여 소득만을 기타소득으로 획일화하고 있다”며 “매매를 넘어 채굴, 스테이킹, 렌딩, 유동성 공급 등 고도화된 거래 형태를 포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 사례를 바탕으로 ‘가상자산투자소득세(가칭)’ 형태의 전면적 재설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매매·교환은 양도소득, 렌딩은 이자소득, 수익배분형은 배당소득, 계속적 채굴은 사업소득으로 나누고 손익 통산과 결손금 이월공제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거주자별 총평균법’ 도입으로 가중된 납세자의 입증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자의 거래 자료 제출과 국세청의 사후 검증이 결합된 통합 신고 인프라 마련을 주문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기류와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원안대로 시행하기로 하고 국세청이 고시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힘은 과세 폐지 및 유예를 거듭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도 ‘무조건적 유예나 강행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 후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실제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면 환영사를 통해 “과세의 공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대한민국 가상자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잡아야 할 때”라며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여당 의원 주최로 국회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과세 정합성과 현장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학계와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구성권 명지전문대 교수는 “가상자산을 단일 자산군으로 보지 말고 처분손익과 보상손익을 분리해야 한다”며 “손익 이월공제 도입을 통해 투기 손실 보전이 아닌 실질 순소득에 맞춘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기타소득 분류는 2019년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의 무형자산 결정을 소극적으로 준용한 결과"라며 "현재 회계와 감독 지침은 보유 목적과 경제적 통제권에 따라 회계처리를 달리하는 만큼 세법도 실질을 반영해야 조세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개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를 거치는 복합 거래는 납세자의 취득가액 입증이 극히 곤란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폐 보고 프레임워크(CARF) 등 국가 간 정보교환망 정비와 함께 국내외 거래 간 과세 형평성을 위한 단계적 입증 체계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태경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타소득 분류는 복권 당첨금처럼 일시적 소득으로 보던 과거 시각의 잔재”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와 시장 성숙도에 발맞춰 소득세 체계를 재편하고, 우회 증여 방지 규정 등과의 정합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