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전 5개사를 25년 만에 단일 법인으로 재통합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합병하는 등 전체 공공기관의 20%에 달하는 109개 기관을 전격 감축한다.
정부는 3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구조개혁을 통해 감축되는 기관 수(109개)는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 규모다. 유형별로는 ▲전략적 구조개혁 15개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 11개 ▲자회사 및 소규모 기관 통합 83개다. 정부는 중복 비용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공공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발전 5사 25년 만에 재통합…석유·가스공사도 합병
개편 비중이 가장 큰 에너지 부문에서는 2001년 분할된 발전 5개사를 25년 만에 가칭 ‘한국발전’이라는 단일 법인으로 재통합한다. 그동안 발전 5개사가 설비 건설·운영, 연료 수급, 연구개발(R&D),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각자 추진하면서 투자가 중복되고 역량이 분산됐다는 판단에서다.
통합 법인은 재무구조 일원화로 투자 여력을 늘리고, 연료·기자재 공동 구매와 인력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본부에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를 담당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가 들어선다. 지역에는 3~4개의 재생에너지본부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전략 강화를 위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합친다. 두 공사를 묶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함으로써 해외 광구 입찰 및 도입 협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석유 비축과 해외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넘기되, 알뜰주유소 등 석유 유통구조 개선 업무는 한국석유관리원으로 이관한다.
모든 광업소가 문을 닫은 대한석탄공사는 조속히 청산한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6월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으로 본래 기능을 상실했으나, 2조5900억원에 달하는 부채 탓에 연간 75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치러왔다. 정부는 부채 청산 재원을 마련한 뒤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해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항만공사 단일화·기능 중복 기관 일원화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는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 정책·기획 기능은 중앙으로 일원화하고, 기존 항만공사는 4개 지역지사로 전환해 지역별 특화 사업을 맡긴다.
중·대규모 기관 간 기능 일원화도 추진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으로, 노사발전재단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노사발전교육재단’으로 각각 합친다.
대구경북과 오송으로 갈라져 있던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단일 기관으로 묶이고,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로 통합된다.
◆자회사·소규모 기관 정비…“다양한 지원 방안 강구”
자회사와 정원 100명 미만의 소규모 공공기관도 손질한다. 모회사 업무와 겹치는 자회사는 모회사가 흡수하고, 유사 업무를 하는 자회사끼리는 수평 통합한다.
정책금융 기관의 시설관리 자회사 5곳은 ‘정책금융FMC’, 고객관리 자회사 2곳은 ‘정책금융CS’로 묶인다. 항만공사의 보안·시설관리 자회사 5곳 역시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으로 통합된다.
소규모 기관 중에서는 식생활안전관리원과 식품안전정보원이 ‘식품안전정책개발원’으로, 건설산업정보원과 건설기술교육원이 ‘한국건설산업진흥원’으로 각각 합쳐진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과 공간정보품질관리원도 ‘공간정보진흥원’으로 재편된다.
정부는 주무부처별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해 공운위에서 순차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국회 및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한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보수 등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복리후생 강화와 경영평가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