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자 고정형 대출의 준거금리 역할을 하는 금융채(은행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과 대규모 발행 물량 부담이 겹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며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권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최근 연 4.5% 선에 바짝 근접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세는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와 미 국채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요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자, 국내 국고채 및 금융채 금리도 덩달아 밀려 올라갔다. 여기에 만기 도래 채권 차환과 유동성비율(LCR) 규제 완화 정상화 등에 대비해 은행권의 채권 발행 물량이 전년 대비 30% 안팎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금융채 금리가 뛰면서 은행들의 대출 창구 금리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미 7%대 후반을 돌파해 8%선을 위협하는 중이다. 금융채 1년물과 6개월물을 지표로 삼는 신용대출 및 마이너스통장 금리 역시 오름세가 뚜렷하다.
만약 현재의 채권시장 약세가 이어져 은행채 금리가 0.3~0.5%포인트가각 추가 상승할 경우, 가산금리가 높은 일부 상품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억5000만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기준)을 보유한 차주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매달 은행에 납부해야 하는 상환액이 수십만원 이상 불어나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국채 및 특수채 발행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단기간 내 시장금리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속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대폭 낮추기도 어려운 처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