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 시설 투자와 연계한 ‘선별적 반도체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메모리 생산 라인 확대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반도체 투자가 미국 측과의 투자 협의에 포함돼 있다”며 “여러 현안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협의에 차질이 없도록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반도체에 대한 선별적이고 신중한 관세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는 관세 부담을 덜어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세율과 적용 대상 품목, 시행 시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메모리 생산시설 유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월 미국 반도체 기업의 공장 건설 현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에 메모리 생산시설을 지어줄 것을 희망했다.
현재 양사는 미국 내 생산거점을 구축 중이지만, 이는 미국 정부가 원하는 ‘메모리 웨이퍼 팹(Fab)’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공장은 고객사 설계 기반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시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내년 양산 계획과 함께 2공장 예비 검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착공했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미국으로 들여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패키징·검사한 뒤 고객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인디애나 공장은 2029년 3분기 HBM4E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모리 웨이퍼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미국에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후공정 거점을 두는 방식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미국 외 지역에서도 생산 협력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미 반도체 관세 협상에서 국내 기업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