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결제업계가 외국인의 결제 장벽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선불카드를 제공하거나 해외에서 쓰던 결제 수단을 국내 가맹점과 연결하고 송금·결제·대중교통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의 체류 단계와 목적에 맞춘 결제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의 금융 공백을 겨냥했다. 지난달 말부터 전국 15개 대학 국제처를 통해 신입 외국인 유학생에게 선불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은행 계좌 없어도 카드 사용이 가능하고, CU편의점에서 현금으로 충전한 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토스페이에 결제수단으로 등록하면 온라인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외국인 유학생은 입국 후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고 국내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한데, 토스는 이 기간을 선불카드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토스는 외국인 유학생이 직접 서비스와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토스 포리너 브릿지 크루’도 운영하고 있다.
장기 체류 외국인을 겨냥한 생활금융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송금 핀테크 크로스이엔에프는 이달 1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 ‘크로스페이’와 선불카드 ‘크로스카드’를 출시했다. 원화를 한 번에 충전해 본국 송금부터 온·오프라인 결제, 대중교통 이용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가입부터 고객센터 이용까지 한국어를 포함한 12개 언어를 제공하며 만 19세 이상 국내 체류 외국인은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인증만으로 크로스페이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연동 선불카드는 일반형과 교통카드 자동충전 기능을 갖춘 두 종류로 운영된다. 가상계좌 이체와 편의점 현금 충전, 출금계좌 등록 등을 지원하고 카드 결제 시 최대 1% 캐시백도 제공한다.
카드사는 외국인이 해외에서 이미 이용하는 결제 수단을 국내 가맹점망으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BC카드는 지난달 유니온페이 인터네셔널, 네이버페이와 방한 외국인의 국내 결제 편의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BC카드의 전국 가맹점 네트워크와 결제 인프라, 네이버페이의 플랫폼, 유니온페이의 글로벌 결제망을 연결해 외국인의 국내 결제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BC카드는 해외 디지털자산 지갑까지 국내 카드망에 연결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웨이브릿지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이 해외 지갑 ‘베이스’에 보유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국내 BC카드 QR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실증을 마쳤다. 외국인은 별도 환전 없이 지갑으로 결제하고 가맹점은 기존 카드 결제처럼 원화로 정산받는 구조다. 기존 가맹점의 별도 시스템 변경이나 장비 도입도 필요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데이터가 새로운 사업 자산으로 부상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외국인 관광객 전용 결제·커머스 플랫폼 와우패스의 경우 카드 결제를 완료한 고객만 리뷰를 작성하도록 해 실제 소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리뷰 작성자는 110여개국에 걸쳐 있고 카페·디저트와 음식점뿐 아니라 화장품, 패션, 병원·피부과 등으로 소비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