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 고조에 국제유가 100달러 가시권

국제 유가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되며 6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국제 유가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되며 6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들은 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하고 나섰다. 국제유가가 뛰면 국내 기름값도 상방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정부와 관련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 여파로 주요 기름 길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 홍해 연안의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받으면서 유가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날 런던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 대비 0.95% 오른 배럴당 97.92달러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배럴당 99.46달러까지 치솟아 7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3.03달러로, 전장 대비 1.69% 올랐다. 시간 외 거래에서는 상승 폭을 재차 확대하는 흐름을 보였다.

 

 해상운송 차질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권을 두고 난타전을 벌이기까지 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상황이 이렇자, 해외 투자은행들도 원유 수급 불안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올려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 차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브렌트유와 미 서부텍사스산원유 전망치를 배럴당 5달러씩 각각 상향했다. 걸프지역 원유 생산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평균 400만배럴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도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충돌이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95∼120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훼손되는 광범위한 충돌로 번질 경우에는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기름값은 석유 최고가격제로 외부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는 있지만, 업계의 긴장감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유가 불안이 확실하게 해소될 때까지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속할 방침이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전략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당장 국내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유가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어 중동 정세를 주시하며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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