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182억원 규모의 부동산 대출 사기 혐의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도 금융사고를 제때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를 확인한 뒤 실시한 자체 점검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고 금융감독원에 사고를 보고한 이후에도 19억원의 관련 대출이 추가로 실행됐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인천경찰청으로부터 시행사·브로커 등이 허위 분양 계약서 등을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기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사고를 처음 인지한 것은 지난해 10월 2일 금감원이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뒤였다. 기업은행은 같은 달 10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9억65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기업은행 내부자료에도 지난해 10월 2일 금감원의 확인 요청을 최초 인지 시점으로 기재하고 있다.
사고 인지 이후 실시한 자체 점검도 부실했다. 기업은행 검사부는 관련 차주들의 신용평가와 여신심사, 담보가치, 대출 서류, 자금 흐름 등을 점검했지만 규정 위반 사항이 없다고 결론냈다.
점검 대상에는 같은 건물 내 여러 호실을 각각 담보로 받은 차주들이 포함돼 있었고, 일부 차주 사이에는 관계기업과 자금 흐름이 연결된 정황도 있었다. 실제 국회가 확보한 원문 자료에는 한 차주의 자기자금 6억3000만원 중 2억3000만원이 다른 압수수색 대상 차주와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에서 유입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기업은행은 금융사고를 보고한 뒤인 지난해 10월 24일 경기 남양주시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19억원의 대출을 추가 실행했다. 해당 대출은 본부 심사·승인 절차를 거쳤지만 이후 경찰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고, 연체가 발생하면서 19억원 전액이 사고 관련 금액으로 분류됐다. 기업은행 자료상 관련 대출의 최종 실행일도 지난해 10월 24일이다.
기업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19억원 대출은 최초 금감원 금융사고 보고 건과 차주와 대상 담보, 취급지점이 모두 다른 거래로, 당시에는 해당 대출과 기존 사고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사고 규모도 계속 불어났다. 최초 1개 차주·9억6500만원이던 사고 관련 금액은 올해 6월 47억8500만원으로 늘었고, 8월에는 12개 차주·14건, 182억2100만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대출 취급액은 244억6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62억3900만원이 회수돼 미회수 잔액은 182억2100만원이다. 대손충당금은 10억9800만원이며 최종 손실 예상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 자료 제출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신 의원실은 기업은행이 당초 원문이 아닌 재가공 자료를 제출했고, 일부 차주 간 연계 내용이나 본부 심사 자료 등이 원문과 다르게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측은 “자료 취합·확인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했다며 향후 국회 자료 제출 시 확인 절차를 강화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시행사와 브로커 등이 수도권 미분양 상가의 명의상 수분양자를 내세워 허위 분양계약서와 계약금 납부자료 등으로 대출을 받은 이른바 ‘작업대출’ 사건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수사와 별개로 미분양 부동산 대출 절차에 대한 내부통제 점검을 실시했다”면서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유관부서와 협의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하고 관련 내부통제 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