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4만弗 눈앞인데…반도체만 웃는 ‘반쪽짜리 호황’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구조혁신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구조혁신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연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 달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반도체 대기업 중심의 수출 호조를 제외하면 실질임금 정체와 내수 둔화, 청년 고용 위축이 이어지며 낙수효과는 제한적인 모습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1인당 GNI 4만달러 달성 가능성이 더욱 확대됐다”고 밝혔다. 2분기 경상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어 47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고, 8월 취업자 증가와 소득 개선 흐름을 볼 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진단이다.

 

◆사상 최대 수출에 4만弗 성큼…배경엔 AI 반도체 ‘독주’

 

실제 소득 지표는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3.1%,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었다. 물가 변동을 반영한 명목 GNI 역시 전 분기보다 8.8%,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해 가파른 외형 성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지표 개선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수출 실적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올해 누적 수출액은 7094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전체 수출액(7093억달러)을 117일이나 앞당겨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 증가분은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비롯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를 흡수하면서 1~8월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281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6% 급증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달했다.

 

◆실질임금 제자리·소비심리 위축…청년 취업자 46개월째 감소

 

다만 이 같은 반도체 호황에도 낙수효과가 미치지 못해 체감경기는 냉랭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0.3%에 머물렀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가계가 체감하는 임금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소비 심리도 위축 흐름이다. 한국은행의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2.3포인트 내린 104.5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인 생활형편전망(97), 향후경기전망(89), 취업기회전망(86) 등도 일제히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고용 시장 양극화도 지속되고 있다. 8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3000명 줄어 4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고용률(44.1%)은 28개월 연속 하락했고, 경제활동참가율(46.6%) 역시 8월 기준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거시 지표 증가세와 달리 미래 노동 공급의 핵심인 청년층 고용 여건은 개선되지 않는 양상이다.

 

◆K자형 양극화 굳어지나…피치도 ‘반도체발 착시’ 경고

 

이처럼 반도체 호황에 따른 고성장 이면에 고용과 소비, 가계 실질소득 부진이 겹치면서 수출 호조 속 내수 침체라는 K자형 양극화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반도체 수출 경기 호조에 따른 고성장에도 불구, 그 과실이 확실하게 내수로 파급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점에 안주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수 경기 활력을 보강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업계 또한 반도체 단일 업종에 의존한 성장 구조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현재 개선된 재정 전망은 현재의 AI 및 반도체 관련 수익 호조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세수 증가가 비교적 소수의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기업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경우 재정지표 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위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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