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았지만 고물가에다 경기 부진까지 더해진 탓에 서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23일 리서치 및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피앰아이가 2026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추석 물가가 지난해보다 올랐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60.0%였다. 실제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보다 평균 5%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이달 초 서울 전통시장 16곳과 대형마트 8곳, 가락몰 등 25곳에서 6인 가족 기준 차례상 성수품 34개 품목의 구매비용을 조사했더니 3개 유통업체 평균 비용이 지난해보다 5.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물가의 파고는 추석 이후에도 서민들의 삶을 무겁게 짓누를 전망이다. 서민들의 일상과 직결되는 먹거리, 기름값, 버스요금 등 물가가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커서다.
농심·팔도·오뚜기 등 식품 업체들은 하반기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추석 물가 억제 정책에 따른 대규모 명절 할인 행사로 명절 전후로는 가격이 억제된 상태지만, 추석이 끝나면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가격 인상을 결정한 업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해태제과는 최근 오예스와 홈런볼, 포키, 고향만두 등 25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7.8%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제품은 오는 10월 1일부터 거래처별 재고 물량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하반기 기름값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중동전쟁이 다시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중동전쟁 격화 속에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 정부와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9∼10월 원유 도입분은 상당 부분 확보돼 당장의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11월 이후 새로 확보해야 할 물량부터는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지만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을 고려하면 추후 기준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실화하면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서민의 발인 시외·고속버스의 요금도 다음 달부터 인상될 예정이다.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운임 상한을 각각 9% 인상한다. 지난 2023년 7월 5% 인상 이후 3년여 만이다. 버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버스 이용객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인건비와 유류비가 상승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시외버스 17%, 고속버스 20.1%의 인상을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원가 검증 결과와 이용자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폭을 9%로 결정했다. 실제 운임은 조정된 상한 안에서 지역과 운송업체별 절차를 거쳐 정해진다. 이달 1일 기준 서울경부~부산 고속버스 성인 편도 운임은 일반고속 2만 6700원, 우등고속 3만 9700원 수준이다. 여기에 9%를 적용하면 일반은 약 2만 9100원, 우등은 약 4만3300원이 된다. 각각 편도 기준 약 2400원, 3600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