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여 한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로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총량 관리 압박에 직면한 은행들이 공급 속도 조절에 나서자, 마이너스통장 최고 금리는 어느새 연 7%를 넘어섰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 역시 1년 반 만에 다시 연 5%대를 돌파하며 차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시입출식 특성상 일반 분할상환 신용대출보다 0.5%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가 더 붙는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치솟자 실수요자들의 비명은 커지고 있다. 한도가 축소되거나 신규 개설이 제한되면서 급전 창구가 막힌 차주들이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 카드론 등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도 뚜렷하다.
문제는 대출 절벽과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가 한계에 다다른 차주들의 상환 여력을 무너뜨리며 은행권 연체율을 0.63%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지표를 살펴보면 가계대출 연체율(0.40%)보다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등 기업대출 부실이 전체 건전성 악화의 핵심 뇌관으로 부상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대로 올라섰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0.7% 안팎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동안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해 기업대출 여신을 집중적으로 늘려왔으나, 내수 부진 장기화와 고환율·고물가 등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한 결과다. 만기가 도래한 운전자금을 차환하지 못해 원리금 연체로 직행하는 중소기업과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늘어나며 원화대출 중 기업 부문이 전체 연체율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가계의 마이너스통장 연체와 기업대출 부실이 맞물려 터져 나오면서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출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부실채권(NPL)이 빠르게 늘어나자 은행들이 손실 흡수를 위해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부실채권 조기 상·매각과 충당금 확충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연합회 공시 금리 기준 5~7%대 고금리와 대출 한도 소진이 이어지는 한 원화대출 연체율의 상승세를 꺾기는 쉽지 않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