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투자는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측으로부터 기존 관세 합의선인 15%를 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최근 미국 측 공식 발표에 앞서 이뤄진 대미 투자 협상 관련 백브리핑에서 대미투자가 무역법 301조를 비롯한 미국의 자의적인 관세 인상과 수입 제한 조치 등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성이 떨어지면 돈을 안 대고 나와야 하지만 문제는 양해각서(MOU)상 사업에서 철수하면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등 보복하게 돼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협상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털어놨다. 이어 김 장관은 “더는 불리한 통상 규제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며 “앞으로의 대미 통상 관계도 고비를 계속 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 발전 프로젝트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라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직접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구조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낮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관해선 “해당 사업이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일부 존재한다”면서도 “상업적 합리성 충족을 위한 적정 전력가격이 유사사업 전력가격 범위 내에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기자재 공급, 엔지니어링, 시공, 장기 운영·정비 등 사업 추진 전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기존 관세 합의선인 15%를 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 프로젝트 합의문에 관세를 직접 명시하는 것은 맞는 장면이 아니어서 아쉽게도 빠졌다”면서도 “미국 측이 무역법 301조든 어떤 형태가 됐든 관세율을 1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따라 대미 관세율이 15% 상한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앞서 미국은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산 제품에 12.5%의 관세를 적용한 상태다. 여기에 공급과잉 301조 조사 결과에 따른 추가 관세가 붙을 경우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15% 상한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 정부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일방적으로 발표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추진과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인되는 경우에 추진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검토하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미 측은 우리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참여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철강 등 관련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추진되더라도 우리의 대미 투자 금액은 어떠한 경우에도 당초 미 측과 합의한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 송금 한도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