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달 수입물가가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9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2020=100)는 159.37로 전월(156.68)보다 1.7%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6% 상승했다.
지난달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113.71달러로 전월(88.75달러)보다 28.1% 뛰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06.3원에서 1359.0원으로 3.4% 떨어졌지만 유가 상승 폭이 이를 압도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9% 올랐다.
원재료는 원유(21.6%)가 급등하며 광산품(10.8%)을 중심으로 9.6%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9.3% 높은 수준이다. 중간재는 석탄 및 석유제품(1.5%)이 올랐지만 1차 금속제품(-2.8%) 등이 내려 1.7% 하락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2.4%, 2.3% 떨어졌다.
수출물가지수는 182.29로 전월(183.67)보다 0.8% 내려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환율 하락으로 대부분 품목이 내렸다. 석탄 및 석유제품(8.5%)은 올랐지만 운송장비(-3.2%) 등이 떨어졌다.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오히려 2.6% 상승해 환율 하락이 원화 환산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40.9% 높은 수준으로, D램(239.5%) 등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1% 올라 2010년 1월(42.0%) 이후 16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46.6%), 기계 및 장비(11.3%) 등이 늘었다. 수출금액지수는 89.2% 뛰었다. 수입물량지수와 수입금액지수는 각각 11.1%, 26.9% 상승했다.
교역조건도 개선됐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가격(43.2%)이 수입가격(14.2%)보다 크게 오르며 전년 동월 대비 25.4% 상승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65.7% 올라 역대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흥후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10월 중순까지 환율과 국제 유가가 9월 대비 하락했다”며 “이런 점이 10월 수입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전쟁 전개 양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국제 유가가 1년 전보다 크게 오른 상태여서 전년 동월 대비로는 두 자릿수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