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행장들이 금융권 해킹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과하고 보안 투자 확대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여야 의원들은 고객 정보 보호 부실을 질타하고 대출금리 산정과 은행장 선임 절차 개선도 주문했다.
이환주 KB국민·정상혁 신한·이호성 하나·정진완 우리·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상혁 행장은 고객 정보 유출 규모와 보안 예산을 둘러싼 지적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보보호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환주 행장도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보안 예산·인력을 확보하고 인공지능(AI) 해킹에 대응할 보안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환주 행장은 정보보호 담당 임원이 로그 삭제와 은폐를 지시했다는 제보에 대해서는 “제가 지시한 적 없고,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호성 행장은 보안 투자 확대를 약속하며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해킹 공격을 받았지만 정보 유출은 없었던 우리·NH농협은행도 보안 강화 방침을 내놨다. 정진완 행장은 “이번에 해킹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그냥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강태영 행장은 차세대 통합 관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면서 우대금리를 더 크게 줄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6월에서 8월 사이 가산금리를 0.08%포인트 낮추면서 우대금리는 0.31%포인트 축소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가산금리를 0.26%포인트, 우대금리를 0.61%포인트 줄였다. 민 의원은 “오히려 은행이 가져가는 몫이 더 커졌다”고 비판했고, 두 은행장은 세부 자료를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은행장들의 연임과 지배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행장 인사를 금융지주 회장 의중이 아닌 실적과 내부통제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사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혁 행장은 연임 관련 질의에 “피해 구제라든지 재발 방지 대책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