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 매화·동백이 반기는 남도 꽃길 여행

〔스포츠월드=강민영 선임기자〕 수줍은 새색시마냥 빠알간 볼을 드러내며 살포시 다가온 녀석이 있다. 결코 초대하지 않았건만 해마다 한 번씩 어김없이 찾아오고 만다. 봄이 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입춘이 지났으니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 맨 얼굴에 와닿는 바람이 여전히 차갑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봄은 따뜻한 남도부터 오는 법이다. 매화와 동백꽃은 전형적인 봄의 전령이다. 매화와 동백꽃이 피기 시작한 남도로 꽃길 여행을 떠나보자.

◆여린 꽃그늘 아래 감도는 매화 향기, 순천 선암사·순천향매실마을

전남 순천 선암사의 매화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백 년 동안 꽃을 피워낸 고목이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인연을 맺을 채비를 한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디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나무들이 종정원 담장을 따라 고운 꽃그늘을 드리운다. 선암매가 만개하는 3월말이면 탐매객들의 순례 행렬이 이어진다. 

순천향매실마을에선 선암사와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산자락을 따라 자리한 마을이 하얀 매화로 구름바다를 이루는 듯하다. 마을 단위로는 전국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매화나무 재배지다. 주민들은 매화가 만개하는 시기에 축제도 연다.

음력 1월에 피는 납월매로 이름난 금둔사와 조선시대 읍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낙안읍성 민속마을도 봄날을 만끽하기 좋은 탐방지다. 순천만정원과 순천만자연생태공원도 함께 둘러보자. 

◆정남진 바닷가에서 보내온 동백꽃 편지, 장흥 동백림

장흥의 봄은 정남진 바닷가에서 시작된다.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불어온 봄바람은 묵촌리(행정구역 접정리)에 이르러 동백 꽃망울을 터뜨린다. 장흥군 용산면 묵촌리 동백림은 아담한 동백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수령 250~300년의 고목 140여 그루가 서로를 의지해 살고 있다. 툭툭 떨어지는 동백 꽃비를 맞으려면 3월 중에 찾는 것이 좋다. 광활한 동백 숲을 보려면 천관산 동백생태숲을 권한다. 천관산 계곡을 따라 약 20만㎡에 걸쳐 동백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장흥의 먹거리는 예부터 알아준다. 매주 토요일 장흥토요시장이 서고 끝 자리 2·7일엔 오일장이 들어서 활기를 띤다. 특산물이 알뜰한 가격에 거래되고, 볼거리가 다양하다. 장흥삼합(장흥한우+표고버섯+키조개)은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해안선 숲길 따라 수줍게 핀 동백, 거제 지심도

‘수줍은 봄’은 경남 거제의 바다에 먼저 깃든다. 붉게 핀 동백꽃이 3월이면 해안선 훈풍을 따라 소담스런 자태를 뽐낸다. 장승포항 남쪽의 지심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동백 군락지 가운데 한 곳이다. 원시림을 간직한 지심도의 식생 중 50% 가량이 동백으로 채워지며 동백 터널을 만든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4월 하순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2월 말~3월 중순이 꽃구경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기다.

지심도에서는 100년 이상 된 동백이 숲을 이룬다. 해안 절벽이 있는 마끝, 포진지를 거쳐 망루까지 둘레길을 걷는 데에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거제도 남쪽 우제봉 산책로 또한 해금강 등 주변 바다 비경이 어우러져 동백꽃 보는 재미를 더한다. 도다리쑥국, 물회 등은 거제의 봄을 더욱 향긋하게 채우는 별미다. 

◆봄바람에 실려오는 짙은 매화 향, 양산 통도사와 김해건설공고

해마다 2월이면 양산 통도사의 홍매화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린다. 통도사 자장매(수령 약 350년)는 고고하면서도 화려한 자태가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양산시 원동면 일대도 매화 명소다. 영포마을을 비롯해 쌍포, 내포, 함포, 어영마을 등에 매화 밭이 조성돼 있다. 특히 영포리 영포마을에는 매화나무 2만 그루에서 폭죽이 터지듯 꽃이 피어난다. 개인 농원인 순매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낙동강 변에 위치한 까닭에 매화 밭과 강, 철길이 어우러진 장관을 만날 수 있다.

통도사에 홍매화가 필 무렵, 김해건설공고에는 와룡매가 꽃잎을 연다. 매화나무 모양이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와룡매라 불린다. 매화가 만발할 무렵이면 교정은 꽃을 보려는 사람들과 와룡매의 자태를 담으려는 사진작가로 넘쳐난다. 김해건설공고 인근에는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등 가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 많아 꽃구경을 핑계 삼아 봄나들이를 떠나볼 만하다.
▲봄꽃이 가득한 제주 나들이

누구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제주로 떠나보자. 한림공원은 수선화와 매화가 차례로 꽃을 피우며 봄맞이에 나선 여행자를 유혹한다. 한림공원의 수선화·매화정원에는 60년생 능수매와 20년 이상 된 백매화, 홍매화, 청매화가 일찌감치 꽃을 피운 수선화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꽃동산을 이룬다. 봄꽃 외에도 아열대식물원과 산야초원, 재암수석관, 연못정원 등 볼거리가 많다.

노리매에서는 매화를 비롯해 수선화, 유채, 하귤 등 제주의 봄에 한껏 취할 수 있다. 동양 최대의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힐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다양한 동백꽃이 쉬지 않고 피어 늘 붉은 카펫이 깔린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뽐낸다. 봄에 꼭 봐야 할 것으로 제주들불축제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매콤한 갈치조림과 전복이 푸짐하게 들어간 전복뚝배기로 봄나들이를 마무리해보자.

mykang@sportsworldi.com

▶메인 사진 // 장흥 동백림 계곡에 동백꽃이 떨어져 처연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정남진 장흥에서 한 소녀가 동백꽃을 들고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양산 통도사 자장매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렸다.

장흥 묵촌리 동백림.

경남 양산 영포마을 매화밭.

순천향매실마을의 매화가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화사한 자태를 선보이고 있다.

김해 건설공고에 핀 매화가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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