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분기,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부진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분기별 성장률이 4분기 연속 0.1% 이하에 머문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민간소비(-0.1%), 건설투자(-3.2%), 설비투자(-2.1%), 수출(-1.1%) 등 경제의 주요 축들이 일제히 부진을 보이며, 경제 전반이 동반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왔다”고 평가하며 기존 1.5%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은 2.0%에서 1.0%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선진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IMF는 한국 경제의 대외 통상 환경 불확실성뿐 아니라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정성 역시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경기 순환적 요인을 넘어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미국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 등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며, 현재는 상호관세 유예 조치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본격적인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면 수출 급감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1%대 성장률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중장기 성장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혀야 한다.
이러한 복합 위기 상황에서는 정치권과 정부 모두가 경제 대응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양대 정당은 경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 내수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통상 대응, 신성장동력 육성, 취약계층 지원 등 주요 경제 과제에 실질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아울러 주 52시간 근무제의 탄력적 운영, 가업 상속세 제도 개선 등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도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통상 외교 역량을 강화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 대응에만 매달려서는 부족하다.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구성을 갖춘 경제 체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인 구조개혁과 성장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 경영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슘페터는 경제 발전은 기존 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질서의 창출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 역시 기존 제조업 중심 모델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구조 전환과 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 다각화를 넘어 기존 틀을 넘어서는 산업 혁신을 요구한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에 집중된 수출 구조를 넘어,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유망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초격차 기술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약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이 지체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는 장기적인 경제 활력 저하를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과 혁신 주도 성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방어하고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는 외부 충격이 닥쳤을 때 복원력과 민첩성이 있는지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 지금 한국 경제는 분명 어두운 터널에 들어서 있지만, 구조개혁과 신성장 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그 터널 끝에 빛을 볼 수 있다. 과감한 개혁과 총력 대응을 통해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선진국형 지속 성장의 길은 절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결단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