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장영일 기자] 승자의 저주는 경쟁적 인수 경쟁을 벌이는 기업인수합병(M&A)에서 나타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업을 인수했지만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높은 비용을 치르는 바람에 인수 후 오히려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몰락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약 6조4000억원을 지급하고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2007년엔 대한통운에 4조원을 베팅하면서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3조원 가량을 산업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다. 결국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버텨내지 못했다. 금호산업 자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며 비싼 값에 사들인 두 회사를 헐값에 내놓아야만 했다. 더욱이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사 전체가 와해되는 결과를 낳았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끝나면 금호그룹은 재계 60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중견기업으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우건설은 ‘독이든 성배’로 비유된다. 호반건설은 작년 대우건설 인수 막바지단계에서 포기했다. 모로코 해외 사업장에서 그전까지 몰랐던 3000억원 규모의 부실이 터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호반건설이 승자의 저주를 피한 것으로 풀이한다.
◇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인수
웅진그룹은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교육·식품·생활가전 부문에서 성장한 웅진은 야심차게 건설과 태양광산업에도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그룹 전체의 위기를 불러 오게 했다.
웅진그룹은 2007년 론스타로부터 6600억원을 지급하고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극동건설의 매각가는 3000억원 수준이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인수 이후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경영난에 빠졌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의 정상화를 위해 4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2012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룹 핵심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도 잃게 됐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013년 매각한 코웨이를 다시 찾는 데 6년 만인 올해 되찾아오는데 성공했지만, 재무 악화로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아야만 했다. 웅진코웨이는 게임사 넷마블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 英 은행 RBS의 네덜란드 ABN암로 은행 인수
영국의 대형은행 RBS는 2007년 10월 네덜란드의 ABN암로 은행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 금액은 710억유로에 달했다.
당시 같은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과 경쟁이 붙으면서 인수 금액이 크게 올랐다. 인수후 RBS는 자산규모 3조8079억달러로 세계 최대 은행 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인수 대가는 혹독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RBS는 2009년 11월 영국 정부로부터 200억파운드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여받아야만 했다. 영국에서 상업은행에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사례는 RBS가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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