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미달’ 공포 확산 … 건설업계 “이러다 두산 꼴 날라”

건설업계에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2008년 국제금융위기 수준의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경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서 분양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와 같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9456채로 전 월보다 8.8%, 작년 같은 달보다 33.8%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 수는 작년 6월 6만3705채를 기록한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에선 ‘통계의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접수에 몇 만명이 몰리는 서울과 수도권 내 인기 지역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를 통계가 반영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적잖은 지방 분양시장이 코로나 사태 이후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경기도 양주의 ‘송추 북한산 경남 아너스빌’은 583가구 모집에 513건, 경기도 파주의 ‘파주연풍 양우내안애 에코하임’도 160가구 모집에 45건만 신청됐다.

 

또 강원도 속초의 ‘속초2차 아이파크’는 549가구 모집에 494건만 신청됐으며, 강원도 원주의 ‘원주 세경3차 아파트’의 경우 349가구 모집에 4건 신청이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아파트가 제대로 분양되지 않으면 현금흐름이 막혀 건설사들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진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아파트가 2006년 7만3000호에서 2008년 16만6000호로 급증하면서 시공순위 100위권 회사 중 22곳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23위의 두산건설이다. 1960년 동산토건이라는 명칭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1993년 두산건설로 사명을 변경하고 아파트 브랜드 ‘위브’를 선보이며 주택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냈고, 2010~2011년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9년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2011년 29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9년 연속 적자에 시달렸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최근엔 매각설도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과 코로나 사태가 더 장기화되면 분양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덕규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4실장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에 비춰 볼 때 코로나19가 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기하강에 따른 분양심리 악화 등으로 건설사의 매출과 이익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미분양 증가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다만 국제금융위기 당시 경험에 비춰볼 때 분양물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면 미분양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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