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7월은 강세장을 부순 것이 아니라, 청소한 것이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필자는 지난 1월 기고에서 “AI 반도체 랠리는 아직 2회 말”이라고 썼다. 당시 코스피는 4200포인트에서 무려 9300포인트까지 2배나 상승했다. 하지만 6월이 되자 시장은 돌변하고 말았다. 코스피는 6월 19일 9385포인트에서 지난 7일 6258포인트까지 두 달 만에 -33%나 하락했다. 1997년 10월과 2008년 10월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월간 낙폭이었고,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1484조원에 달한다.

 

다만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이 틀렸고, 무엇이 틀리지 않았는가’를 구분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같은 자리에서 두 번 다칠 수 있다.

 

먼저 틀리지 않은 것부터 보자.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1813%다. SK하이닉스는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76%를 나타냈다. 두 회사 모두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주가가 26% 빠지는 동안 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뜻이다. 

 

틀린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4%에서 4월 말 41%, 그리고 7월 15일에는 52%까지 치솟았다. 지수의 절반이 두 종목이 된 것이다. 여기에 5월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기름을 부었다. ‘VKOSPI’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90을 상회했다. 변동성 지수는 보통 20에 머무는데 이 수치가 90을 넘었다는 것은 평소보다 변동성이 4~5배나 증가했다는 뜻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것이 아니라, 꼬리에 레버리지를 매단 채 몸통을 통째로 던진 셈이다. 금융당국이 7월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신규 상장 잠정 중단과 기본예탁금 3000만원 상향을 발표하고 시행일을 7월 31일로 앞당긴 것은, 늦었지만 불가피한 조치였다.

 

미국 시타델 증권의 스콧 루브너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7월 하락을 ‘매크로 사건이 아니라 수급 사건’으로 규정했다. 근거는 구체적이다. 레버리지 ETF 자산은 6월 고점 대비 600억달러 감소했고, 한 달 사이 기술 레버리지는 40%, 반도체 레버리지는 55% 줄었다. 조달 비용이 내려갔다는 것은 과열된 레버리지 수요가 실제로 빠졌다는 물증이다. 

 

반면 S&P500 2분기 이익증가율 컨센서스는 22.4%에서 45%로 두 배 상향됐고, S&P500 12개월 선행 PER은 약 20배로 10년 평균 23배를 밑돌았다. 루브너의 결론은 간명하다. 그는 “7월은 강세장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도 같은 좌표에 서 있다. 골드만삭스의 티모시 모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가는 지난 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코스피 목표지수 1만2000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근거는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이익이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5.1배로 장기 평균인 PER 10배 아래에 있고, 올해 이익증가율 컨센서스는 32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가 제시한 목표 PER조차 8배로, 과거 사이클 고점의 9~10배에 못 미친다. 그는 1만2000 도달은 단언하지 못하지만 전고점 회복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주목할 대목은 그가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규제를 악재가 아니라 정상화로 읽었다는 점이다. 변동성이 잦아들어야 외국인이 돌아오고, 그래야 개인이 혼자 지수를 떠받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야구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지난 1월 2회 말이라고 썼다. 7월에 벌어진 일은 경기 종료가 아니라 투수 교체였다.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의 이름은 ‘수급’이었고, 새로 올라온 투수의 이름은 ‘실적’이다. 수급이 지배하는 국면에서는 누가 얼마나 빌려서 샀는지가 가격을 정한다. 실적이 지배하는 국면에서는 분기마다 나오는 숫자가 가격을 정한다. 후자가 훨씬 느리고, 훨씬 덜 짜릿하며, 그래서 훨씬 오래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 가지를 권한다. 

 

첫째, 빌린 돈을 걷어내라. 7월에 손실을 확정당한 사람과 버틴 사람을 가른 것은 종목 선택이 아니라 레버리지 유무였다. 시장 방향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 계좌의 차입 비율은 100% 통제할 수 있다. 통제 가능한 변수부터 관리하는 것이 투자의 시작이다. 둘째, 지수 대신 실적표를 보라. 앞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호가창의 속도가 아니라 분기 실적과 메모리 가격이다. 매일 지수를 보는 것은 이제 노동일뿐 투자가 아니다. 셋째, 쏠림을 스스로 풀어야 한다. 

 

시장의 언어가 바뀌었다. 지난 두 달이 공포와 탐욕의 언어로 쓰였다면, 앞으로의 시장은 매출과 이익률의 언어로 쓰일 것이다. 레버리지의 시간은 끝났고, 실적의 시간이 시작됐다. 새 언어를 배운 투자자만이 다음 이닝을 볼 수 있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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