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피아노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는 전 세계 공연장 피아노의 98%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이다. 바이올린의 경우, 가장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존재 외에도 아마티나 과르네리우스 같이 대체할 명품들이 존재하지만, 스타인웨이의 경우는 절대적이다.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스타인웨이 사랑은 신앙에 가까울 정도다. 피아노의 거장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나 ‘아르투로 미켈란제리’, ‘크리스찬 짐머만’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피아노를 비행기로 공수해서 다닐 정도였으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피아노다”라고 말했다.
스타인웨이는 독일 태생의 가구 제작자 하인리히 스타인바흐(Heinrich Steinwag.1797~1871)가 1850년대 초반 미국 맨해튼으로 이주한 뒤, 헨리 스타인웨이(Henry.E.Steinway)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바꾸고 아들 여럿과 함께 피아노 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고 뉴욕과 독일 함부르크에 각각 공장이 있다.
스타인웨이는 우리나라의 삼익악기가 인수하기 위해서 눈독을 들인 적이 있었다. 삼익악기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스타인웨이 지분 33.17%를 사들여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었다. 하지만 당시 스타인웨이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해서 뜻을 이루지는 못했고 대신, 주식매매를 통해 상당한 차익실현은 했다.
당시(2013년) 스타인웨이의 우군으로 나타났었던 헤지펀드 존 폴슨(폴슨 앤드 코)이 트로이목마였다. 폴슨은 스타인웨이의 주식을 전량 매입해서 지금의 주인이 됐다. 얼마전,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회사인 폴리그룹이 폴슨에게 스타인웨이를 넘기라며 매각 금액 10억 달러(약 1조 1300억원)를 제시했다고 한다. 폴슨이 2013년 인수할 당시의 가격 5억1,20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스타인웨이를 놓고 삼익이나 폴리그룹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에서 피아노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10대의 피아노가 생산된다면 그중 5대가 중국에서 소비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연 30~40%씩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 피아노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 대국 G2이기는 하지만 아직 가구당 피아노 보급률은 10% 미만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 삼익악기는 스타인웨이를 포기한 대신 독일브랜드 ‘자일러’를 인수했다. 중국인들의 독일브랜드 선호가 높아서 중국산 저가를 제치고 야마하피아노 다음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인웨이를 비롯한 고급 피아노 시장은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강제로 시행됐던 한 가구 한 자녀 가정의 ‘소황제’에 대한 교육열이 높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세대를 대표하는 중국의 피아니스트로는 ‘랑랑’과 ‘유자왕’,‘윤디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김연아 키즈들처럼 유자왕 키즈로 교육 하고 싶은 신흥부자들의 열망은 과시욕이 강한 중국의 문화적 특성이 더해져서 하이엔드 피아노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그리고 중국 전역의 문화공간에 한 대씩 만 판매를 해도 엄청난 단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중국민들의 구매력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해설위원 이호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