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던 지난 2월,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선 감염환자를 수용할 종합병원 두 곳이 착공 후 열흘 만에 완공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훠선산(火神山)병원은 1월 23일 착공해 11일 만인 2월 2일,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은 1월 26일 착공해 12일 만인 2월 6일 문을 열었다. 총 병상 수가 2000여개에 이르는 대형병원이 눈 깜짝할 새 완공된 배경에는 ‘BIM(건축정보모델링,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 있었다.
◆사전에 설계오류 잡아내, 시공 속도 향상
스마트건설 핵심기술로 꼽히는 BIM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BIM은 기존의 2D 설계도면을 3D 도면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3차원 모델로 가상 시공을 해보면서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부분을 사전에 제거해 설계 오류를 없애고 시공 속도와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과거에는 설계나 시공 상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발주처, 설계사, 협력사 등에게 효율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고 해결책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반면 BIM은 복잡한 공정 문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공 오류를 사전에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고 보고나 의사결정이 간결해져 과업 참여자들이 편리함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BIM과 드론·레이저스케너 연계 활용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현장 곳곳에서 BIM을 활용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드론, 레이저 스캐너, 360도 카메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 연계한 디지털 트윈 기반의 BIM 기술을 현장 안전관리 및 품질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모든 건축 현장에 BIM를 일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BIM 역량 향상을 위해 스마트건설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차장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습 교육을 실시해왔다”며 “전국의 토목현장 세 곳과 건축현장 두 곳에서 새 기술을 시범 적용해 관련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건설, 골조 BIM으로 정확한 철근 물량 산출
SK건설은 ‘신흥 SK뷰(VIEW)’, ‘구로 SK V1센터(center)’ 등 건축현장에 3차원(3D) 골조 BIM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기존 BIM가 건축물의 형상·색깔·마감·설비·배관 등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3D 골조 BIM은 철근 및 콘크리트의 물량과 배근 작업에 포커스를 맞춘다.
SK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3D골조 BIM은 시공 전 배근을 3D로 모델링하므로 도면 정합성, 배근 오류 등을 사전에 확인해 시공 오류를 줄이고 공기를 단축하는 한편 배근 상세설계를 통해 정확한 철근 물량을 산출함으로써 공사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SK건설은 착공시 드론과 3D 스캐너로 대지 형상을 분석하고, QR코드 등을 통해 공사 진행 과정을 실시간 시각화해 BIM 관련 기술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건설·현대ENG, BIM 확대 적용 계획
포스코건설은 대부분의 신규 건설현장에서 BIM 설계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공사 구간의 거리, 면적, 부피 등을 간단히 산출할 수 있는 3D 디지털 지도를 언제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전용 애플리케이션 ‘포스 맵퍼(POS-Mapper)’를 적용, 공사 효율성을 높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21개 건설현장에서 BIM을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공정관리 및 물량산출에도 해당 기술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나아가 견적 및 설계, 조달, 시공, 유지관리 등 모든 공정에 BIM을 활용한다는 장기 플랜을 세웠다.
하지만 BIM이 국내 건설현장에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BIM의 기술적 한계는 크지 않지만 건설 분야 업무방식이 BIM의 활용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발주처가 BIM 설계를 원하면서도 정작 제출물은 기존대로 2D도면을 출력한 형태를 요구할 경우 3D설계와 2D설계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이중작업이 강제되기 때문에 건설업계 업무 방식 전반을 BIM 중심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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