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선그은 네이버파이낸셜… 속내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하반기 미래에셋캐피탈과의 제휴 대출 상품 출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금융사와 좋은 협력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에 카카오페이까지 있으니 더 걱정 아닐까요.”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카카오와의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섰다. 카카오와 달리 금융의 영역을 깊게 침범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라 향후 금융권과 공존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올해 하반기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중소상공인) 대출(가칭)’ 상품을 출시한다. 이를 발판으로 ‘금융기업’으로서의 광폭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6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업계 변화를 담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 방안을 발표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의미가 크다.

 

실제 금융계는 네이버, 카카오 등 이른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금융업계 진출은 경계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와 모바일 메신저라는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잠재력과 파급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빅테크’라는 하나의 집합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카카오와는 다르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SME 대출’에 그 의미와 의도가 분명하게 담겨있다.

 

이 상품은 네이버쇼핑 플랫폼에서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낸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해 기존 은행권 수준의 금리와 높은 한도의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쇼핑 플랫폼 기반 판매자의 67%가 20~30대이고, 이들 대부분 기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고금리 소액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 상품이 품고 있는 핵심은 미래에셋캐피탈과 같은 기존 금융사와의 합작 상품이라는 점과 네이버 플랫폼을 상품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카카오와 180도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직접적은 금융업을 영위하지는 않으며, 협력사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을 포털사이트를 통해 시장으로 파고들어 가겠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카카오는 금융사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해 카카오뱅크 등의 은행, 보험 등 직접적인 금융사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보다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점을 부각해 고객을 끌어들인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최근 간담회에서 “직접 회사를 만든다고 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보장이 없다. 잘하는 회사와 제휴를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카카오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네이버파이낸셜이 카카오와 선을 긋는 이유는 초기 시장 선점과 과도한 견제를 막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빅테크’의 금융업계 진출과 관련해 기존 금융사는 잔뜩 경계하고 있다. 대출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초기 사업 정착을 위해서는 기존 금융사와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이에 잠재적 경쟁사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고도의 전력”이라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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