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처를 못 구한 공인회계사들의 뉴스가 얼마 전부터 화제다. 댓글에는 역시나 누가 회계사 되라고 협박했냐는 댓글부터 자격시험에 합격했다고 직장을 구해달라는 것은 넌센스라는 말까지 역시나 예상대로 좋은 반응은 없다. 이러한 반응은 수습 세무사들의 일자리를 위해 박람회를 연다는 기사의 댓글에서도 유사하고 대형 로펌에 가지 못한 변호사들의 어려움을 다루는 기사에도 거의 비슷한 패턴이다. 이쯤 되면 댓글 다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가진 사람들인가 싶기도 하고 긴 세월동안 그동안 전문가들이라고 얼마나 으스대고 다녔으면 사람들이 이럴까 싶기도 하다.
사람들의 인식과 무관하게 각 직업별로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데 속된 말로 ‘뺑이’ 치는 분야가 있다. 회계사의 경우는 회계감사가 그런 분야가 되겠다. 머리 팽팽 잘 돌아가고 체력 좋은 젊고 싱싱한 회계사들을 갈아 넣는 대표적인 분야다. 돈을 지불하는 이들을 감사해야 하는 다소 이상한 구조이다 보니 속 시원한 감사를 하고 싶지만 대게는 속을 끓이면서 감사를 하게 된다. 거기 다가 회계감사에 대한 회계사의 책임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실제 회계처리의 오류나 분식을 벌인 이들의 처벌은 크게 강화되지 않고 있다. 마치 도둑을 못 잡은 경찰이 도둑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는 구조다.
더군다나 성장을 멈춘 한국 사회에서의 회계감사는 수요 없는 공급이 되기 딱 좋은 형상일 것이 불 보듯 뻔한데 회계사 선발인원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으니 향후 커리어를 생각하는 회계사들에게 회계감사는 기피하는 업무 1순위가 되기 일수였고 회계감사를 주로 하는 회계사들도 기회만 되면 M&A 부서나 TAX팀 또는 증권사나 다른 영역으로 탈출을 감행해왔다.
그러나 퇴직연금이나 개인투자자들이 폭증하는 등 금융시장의 발전이 심화될수록 그 기초가 되는 재무제표의 숫자가 회계기준에 맞춰서 작성됐는가를 검증하는 회계감사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다. 그런데 회계감사를 직접해보면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가히 살인적인 업무량과 스케줄인데다가 반대급부인 보수는 사회적으로 보면 적은 편은 아니지만 M&A 등과 비교해보면 적으니 점차 쓸만한 인재들은 이 바닥을 뜨고 있는 느낌이다. 고생해 봐야 욕만 안 먹으면 다행이고 몸과 마음만 상한다 정도의 느낌이다.
세무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유사한 분야가 있다. 양도세 분야가 그러한데 이 분야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업무단가를 끌어올린 기업 세무 쪽과 달리 단가가 매우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추가된다. 특히나 주택 쪽은 양포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복잡하고 끊임없는 개정으로 한번 해당업무를 손에서 놓는 순간 따라갈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일은 복잡해서 매우 어렵고 양도와 관련된 거래금액은 커서 잘 못 신고하면 큰 가산세를 신고자 부담해야 할 수 있는데 중개수수료보다 낮은 양도세 신고수수료를 생각하면 일하다가 속된말로 현타가 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 회계사나 세무사나 모두 양도세 분야는 아예 손절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다보니 주택을 팔던 토지를 수용당하건 양도세를 신고해야 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그 거래 금액도 증가하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계사나 세무사를 찾기는 정말 어려운 현실까지도 펼쳐지고 있다. 찾는다 하더라도 실제 그 전문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납세자들도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위 두가지 분야는 투입한 노력과 부담하는 리스크 대비 대가가 낮다는 공통점과 함께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부실화되거나 담당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대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사람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분야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의료현장에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야가 있다고 들었고 변호사 영역도 형사 쪽은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이쯤 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인 시선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최정욱 회계법인 브릿지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