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권의 시니어 금융 전략도 단순한 노후 자산관리에서 디지털 적응, 금융 접근성 확대, 일자리와 사회 참여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시니어 고객의 금융 소외를 해소하고 포용적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시니어 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포용금융부와 골든라이프부를 신설하며 금융소외계층과 시니어 고객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골든라이프부는 시니어 비즈 전략 수립, 맞춤형 상품 개발, KB골든라이프센터 운영, 시니어 전용 통합 플랫폼 구축 등을 총괄하며 은퇴·노후 설계와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금융소비자 교육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금융소비자 교육센터인 ‘신한 학이재’를 운영하며 디지털 금융 교육 플랫폼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3년 9월 인천에서 첫 문을 연 데 이어 지난해 10월 경기 수원, 올해 4월에는 부산에 지점을 개관했다.
신한 학이재는 스마트폰 뱅킹, 모바일 결제 등 일상 금융 서비스 교육은 물론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금융 범죄 예방 교육도 함께 진행된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협력해 정부의 ‘디지털 배움터’ 정책과 연계함으로써 공공 디지털 교육 인프라와 금융권의 전문성을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금융을 넘어 시니어의 사회참여와 일자리 창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달 11일 인천 연수구와 협력해 시니어 일자리 연계 사업의 일환으로 반찬 도시락 제조시설 ‘나눔愛 찬’을 개소했다. 해당 시설은 근로 의지가 있는 중장년·시니어를 반찬 도시락의 제조·포장·배송 전 과정에 고용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반찬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지역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와 소상공인 점포에서 우선 수급함으로써 골목상권의 자생력 강화도 도모한다.
지난 10월에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반찬 도시락 제조시설인 ‘한 끼를 채우는 행복 담:다’를 개소한 바 있으며, 향후 부산에서도 ‘시니어 일자리 연계 동반성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생활 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 내 시니어 전용 페이지 ‘우리 원더라이프’를 통해 ‘키오스크 체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음식 주문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키오스크 상황을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해, 시니어 고객이 반복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은행 업무를 넘어 일상 전반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향후 원더라이프를 중심으로 시니어의 디지털 라이프 전반을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은행권의 시니어 금융 확대와 함께 금융당국도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은행 대면 영업점 수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7313곳에서 지난해 말 5683곳으로 크게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해 은행대리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법 개정을 통한 정식 도입에 앞서 4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 일부 저축은행을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해 시범 운영에 나선 것이다. 은행대리업은 예·적금, 대출, 이체 등 은행의 고유 업무 중 고객 상담과 신청 접수, 계약 체결 등 대면 업무를 우체국이나 저축은행이 대신 수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은행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시니어 고객이 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리인하요구권 대행서비스도 도입된다. 생업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제도를 활용하지 못했던 시니어 차주를 대신해 인공지능(AI) 기반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자동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시니어를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고, 기술을 활용한 포용금융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