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에 ‘글로벌 1위’ LG화학 곤혹

화재 사고 등 전기차 안전성 우려 부각
"'배터리 결함' 단정해선 안 돼" 분석도


LG화학 연구원들이 자사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국내외 전기차에서 연이어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세계 1위인 LG화학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중국 CATL 등과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배터리셀이 사고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게 영 달갑지 않다. LG화학은 “전기차 화재 사고의 원인을 배터리셀 결함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화재 사고 3건에 대해 예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대상은 2017년~2020년형 모델 7만 7842대다. 이 모델엔 LG화학 충북 오창공장과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제조한 배터리셀이 탑재됐다. NHTSA는 “화재 피해가 전기차 배터리 부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근본적인 화재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 리콜 결정이 난 특정 전기차 모델에도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 

 

만약 NHTSA의 조사 결과 배터리 불량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향후 LG화학의 신규 수주 활동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진다. 이 회사가 수주를 확보한 전기차 배터리는 이미 150조 원 규모에 이른다. LG화학은 해외에서 GM 이외에도 테슬라, 폴크스바겐, BMW, 벤츠, 포르쉐, 포드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8월 전기차 배터리 누적 사용량순위에서 전체 시장점유율 24.5%(15.9GWh)를 차지하는 글로벌 1위 업체다.

 

 안전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LG화학의 향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수정한 증권사도 있다. 유안타증권은 LG화학의 글로벌시장 점유율 전망을 종전 30%에서 25%로 낮춰잡으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95만원에서 85만원으로 하향했다. 투자의견도 ‘강력 매수’에서 ‘매수’로 낮췄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배터리 불량에 따른 전기차 화재는 LG화학의 글로벌 시장점유율과 이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2018~ 2019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이후 LG화학 배터리 가격 프리미엄이 낮아졌던 것처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판매가격 측면에서 후발주자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의 원인을 배터리셀 문제로만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배터리셀 외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냉각시스템 문제가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또 배터리 안전마진을 무리하게 설정할 경우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LG화학은 최근 한 전기차 모델의 화재 원인으로 자사 배터리셀 불량 가능성이 지목된 데 대해 “재연 실험에서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리만 손상에 따른 배터리셀 불량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에 견줘 화재 빈도가 높다는 명확한 통계적 증거도 없다”며 “미국 내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 보고건 수는 매년 20만 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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