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악재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스타트업과의 ‘상생’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해 신 사업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장기적인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정부도 국가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연계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포스코,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은 미래 성장을 견인할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500여개 사내외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중장기 로드맵 달성을 목표로 옥석을 가려내고 있다. 핵심은 도입 8년차를 맞은 벤처 및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이다.
‘C랩 아웃사이드’는 기존 C랩을 회사 외부로 확대해 2018년부터 진행돼 온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공모전을 통해 우수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1년간 삼성전자 전문가 멘토링, 사업지원금 1억원, 사무공간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가장 최근인 올해 11월 진행된 ‘C랩 아웃사이드 공모전’에선 AI기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 셀렉트스타’, 양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한 라이브 홈트레이닝 서비스 ‘꾸내컴퍼니’ 등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대외 홍보, 투자 유치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3D 의류 텍스타일 디자인 툴을 보유한 ‘지이모션’, 실내지도 생성 기술을 지닌 ‘티랩스’ 등 스타트업에 총 36억원을 투자했다. 또 LG그룹 IT 부문 계열사인 LG CNS는 최근 사외벤처 육성 프로그램 ‘스타트업 몬스터’ 3기로 육성할 3개사를 선발했다. 선발된 ‘LOVO(로보)’, ‘로민’, ‘리코어’는 각각 음성 AI(인공지능), AI 기반 문자 인식, 스마트 물류 관련 특화 기술을 갖췄다. LG CNS는 각 사에 약 1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LG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주선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트업 몬스터는 LG CNS가 신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인프라·자금·판로를 활용하는 윈-윈(Win-Win)모델”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는 친환경 스타트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11월 진행한 스타트업 대상 건설기술 공모전인 ‘콘테크 미트업 데이’에서 산업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선보인 ‘모노리스’와 ‘이프랜트’를 수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또다른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연안 파력발전기술을 보유한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인 ‘인진’에 25억원을 투자했다.
포스코는 최근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포벤처스’ 2기를 출범시켰다. 선발된 사내 벤처팀은 최대 1년간 인큐베이팅을 거친 후 창업 여부가 결정된다. 포스코는 2011년 대기업 최초로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도입, 10년간 우수 벤처기업 111곳을 발굴하고 203억원을 투자했다.
롯데그룹은 액셀러레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 선발, 투자 지원, 전문 보육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법인이다. 2016년 2월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매년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엘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설립 후 5년간 119개 기업이 엘캠프를 거쳤으며,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입주 당시 3029억원에서 이달 기준 9164억원으로 약 세 배 뛰었다.
정부도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중견기업과 함께 2024년까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스타트업 100개를 발굴할 계획이다. 선정된 스타트업은 최대 2억원의 사업화 자금, 100억원의 정책자금, 기술개발(R&D) 사업 평가 시 가점 등 혜택을 받는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신 사업 개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계는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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