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기조에 발맞춰 첨단전략산업과 혁신기술기업을 겨냥한 전용대출 상품과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금융으로 무게를 옮기며 실물경제 지원과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그룹의 구조적인 레벨업(Level-up) 을 위한 전환과 확장’을 주제로 중장기 경영 전략을 공유했다.
KB금융은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에 집중한 ‘Build-Up’ 단계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이뤄낸 ‘Value-Up’ 단계를 거쳐, 앞으로는 고객·사회·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한 단계 높은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Level-Up’ 단계로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적 금융·포용적 금융·신뢰받는 금융을 축으로 한 금융 대전환을 가속화 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기업금융 전략과 관련해서는 대출 중심 거래를 넘어 자금 관리, 투자, 리스크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 지원 체계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기업의 자금 흐름에 맞춘 자산·부채 관리솔루션을 통해 생산적 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신한은행은 정책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키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45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연계한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110조원 규모의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신한은행은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와 국가핵심산업을 중심으로 자체분류체계를 마련해 최대 1%포인트의 신규 대출 금리 우대를 제공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산업 영위기업과 유망 창업기업, 수출·해외진출 기업, 고용창출 우수기업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며 기보 협약보증을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환경·스마트농축산·방산·에너지 산업을 영위하는 혁신기업에 대한 운전자금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투자 유치 이후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공백을 완화하고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98억원의 추가 출연을 통해 45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본격화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이 발표한 84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유망 신성장 동력 산업 및 기술혁신 산업 영위기업의 위기극복을 지원하고 미래성장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자 마련했다.
하나은행은 지원대상은 신성장 동력 및 기술혁신 산업 기업을 비롯해 수출·해외진출기업, 탄소중립실천 및 지속가능성장(ESG) 기업, 기술창업·고용창출 기업 등으로 보증비율 90% 이상이 적용된 보증서와 보증료 지원이 제공된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 첨단선도기업 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우리금융그룹이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업대출 56조원 공급 계획에 포함된 핵심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첨단전략산업 영위 기업과 벤처기업, 혁신성장품목 생산 기업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금리 우대를 제공해 창업 초기 기업과 성장 기업의 금융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은행의 중장기 성장 전략이자 정책·시장이 요구하는 방향”이라며 “앞으로는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기술력과 성장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