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추운 겨울에는 소화기질환이 악화되기 쉽다. 만성소화불량이나 기능성소화불량을 앓는 환자들은 겨울철 명치통증·식도 이물감·복부팽만감 등이 더 심해진다고 호소한다.
이는 관상기관을 둘러싼 괄약근이 추위에 위축돼 소화기 계통의 기능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수가 급증한다.
신경성,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소화불량은 보통 휴식을 취하거나 소화제, 진통제를 복용하면 가라앉는다. 하지만 대증요법에도 잘 가라앉지 않는 만성소화불량이나 기능성소화불량을 장기간 앓고 있다면 ‘담적병(痰積病)’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담적병은 담적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소화 과정에서 미처 소화되지 못하고 남은 노폐물이 누적돼 신체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을 통칭한다.

박지영 부천 으뜸한의원 원장은 “한방에서는 위장 내부의 노폐물을 ‘담음(痰飮)’이라고 하는데, 담음이 위장 내부에 축적돼 독소를 생성한다”며 “이 독소는 위장의 유동성을 저해하고 위장 외벽을 응고시켜 소화작용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대처 없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소화기증상 뿐 아니라 다양한 전신증상까지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에 따르면 담적병은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이를 방치하면 소화기, 신경계, 순환계, 비뇨생식기계 증상이 두루 나타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소화기 증상을 들 수 있다. 명치와 배꼽 사이가 더부룩하고, 덩어리처럼 딱딱한 게 만져지는 느낌이 들거나, 속이 자주 메슥거리고 울렁거린다. 트림이 잦고 가스가 자주 차 불편하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된다.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잦은 신경계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평소 신장기능에 이상이 없는데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고, 등이 자주 결리며, 옆구리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여름에도 손발이 시렵고 몸이 무겁고 피곤한 느낌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의심할 수 있다.
담적병은 비뇨생식기계 증상도 일으킨다. 소변양은 적은데 자주 마렵거나, 성기능이 저하되고, 여성은 냉대하가 늘어난다.
박지영 원장은 “위의 증상 중 5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담적병을 의심하고 한의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받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담적병 치료는 환자의 스트레스, 피로도, 경락기능 검사 및 진단으로 시작된다. 이후 한약 처방을 통해 위장 기능을 회복하고 면역체계를 정상화한다. 필요에 따라 온열요법으로 굳은 위장과 담적을 풀고, 침치료를 통해 떨어진 소화 기능과 위장 운동성을 북돋아준다.
박지영 원장은 “환자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따른 체계적인 치료가 관건”이라며 “증상의 경중에 따라 한약 치료와 침치료, 온열요법을 병행하는 다각적 치료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를 마친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려면 금주·금연하고, 일주일에 3회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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