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 열기 후끈…기관투자자 시장 진출 가속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금가치 하락과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이 가상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비트코인이 5000만원 벽을 돌파하면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글로벌 기업 및 금융회사들도 투자에 나서면서 가상자산이 합법적인 대체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 기업·금융사들까지 가상자산 투자열기 확산

 

16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 52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는 장중 53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비트코인은 개당 가격이 4만9000달러 근처를 오가며 5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소식 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 향후 자사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미국 IT 업체인 애플도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은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했으며 마스터카드도 가상자산 일부를 결제수단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멜론은행(BNY멜론)은 가상자산의 보유 및 발행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증권위원회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비트코인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물론 비트코인을 ‘투자 적격’ 자산으로 추천했고,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 추진설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에 부정적이었던 모건스탠리도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업체 투자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 “향후 가상자산 파급력 확대될 것”

 

글로벌 대기업 및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비트코인 투자와 금융 상품 출시에 나서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비트코인을 인정한 것은 비트코인이 주류 자산에 편입된 것 아니냐는 기대심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안전자산으로 부각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렸다. 

 

또 중앙은행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제로금리나 초저금리 정책을 사용하면서 시중통화량이 급격히 늘었다. 이는 곧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총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이 안전 투자자산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은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상자산의 반등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향후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IT업계의 시각이 미국이나 중국 정부의 정책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월가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이니고 프레이저 젠킨스 애널리스트는 “현재 투자환경에선 두가지가 필요하다. 실질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과 여전히 다각화를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과거 가상자산이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 주장했지만 지난해 말 마음을 바꿨다. 이젠 가상자산을 진지한 투자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격 변동성 너무 커…투자 유의해야”

 

다만 가상자산의 지나친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머스크 등 유명인의 트윗 한 줄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는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가상자산을 투기성 자산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청문회에서 비트코인 랠리를 1630년대 ‘네덜란드 튤립 광풍’에 빗대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비트코인이 주로 불법적인 활동에 사용되는 만큼 사용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에서 비트코인은 3만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급락했다.

 

이에 일각에선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트코인 급등 현상은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며 “비트코인의 위험은 헤지(회피)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위험을 헤지하는 대표적인 수단은 금이며, 금 이외에는 가장 안전한 통화인 달러”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각 금융당국이 가격 상승세를 좌시할 것인지 규제 등 안정 조치를 내놓을지에 대한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과열권에 진입해 언제든지 가격 조정이 될 수 있다는 부분도 잠재적인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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