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신용 1700조 돌파...한 해 동안 126조 급증

1년새 8% 증가…주담대· 생활수요 ·빚투 등 영향
경기회복 지연 속 취약차주 부실 가능성 심화 우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전년 대비 8%가량 증가한 1726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세계일보DB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지난해 말 가계신용이 1700조 원을 넘어서며 1년 새 8%가량 불어났다. 주택자금 수요 급증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더해, 생활자금 수요 및 주식 신용공여 잔고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실물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상환능력이 부족한 이들의 부실 가능성도 우려된다.

 

◆1년 새 126조 증가…역대 두 번째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0년 4/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늘어난 가계신용 규모는 125조 8000억 원으로 2019년(63조 6000억 원)에 비해 증가폭이 갑절에 달했다.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액은 지난 2016년(139조 40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연간 증가율(7.9%)은 2017년(8.1%)에 이어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분기별로 봐도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었다. 지난해 4분기 중 가계신용 증가액은 44조 2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분기 증가액(44조 6000억 원)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증가 규모 자체는 지난 2016년 4분기(46조 10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1630조 2000억 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44조 5000억 원 증가한 반면, 판매신용잔액은 2000억 원 줄어든 95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판매신용 감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 침체 영향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빚 증가는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주택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난 데다,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열풍, 생활자금 수요 등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의 주담대 증가폭은 17조 4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 8000조 늘어났다. 같은 기간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주담대 취급액도 플러스로 전환했다. 과거와 달리 대출자금을 통해 주식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한 점도 가계신용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잔액은 2019년 말 대비 10조 원 넘게 증가한 22조 원 수준에 이른다. 한은은 이달 임시국회 업무보고에서 “가계대출은 주택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식투자 및 생활자금 수요가 가세하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 대출규제를 앞두고 ‘미리 대출을 받아두자’는 식의 가수요가 몰린 영향도 반영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취약차주 부실 우려도

 

가계빚이 크게 늘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낮은 차주들의 부실 가능성도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자영업 업황부진에 더해 전반적인 고용사정 악화가 길어질 경우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소득여건 개선이 미약할 경우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이익 규모 축소를 감안하고서도 보수적으로 충당금 적립에 나선 것도 충격흡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취약차주의 부실 우려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특히 생활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은 취약차주들로선 부동산 침체, 금리인상,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요인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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