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사태’에 내심 웃는 건설사들, 왜?

신뢰도 추락으로 관 주도 공급사업 ‘올스톱’ 가능성
주택시장 무게추 민간으로… 리모델링 활성 기대감↑

부동산업계에선 이번 LH 사태의 여파로 건설사 등 민간에 의한 주택 공급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된 공직자들의 땅 투기 스캔들로 관 주도의 주택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공공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신도시 입주가 늦어지면 집값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이번 땅 투기 사태의 ‘풍선효과’로 그동안 위축됐던 민간 주택사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며 내심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부지 투기 의혹으로 ‘2·4 대책’을 포함한 정부의 주택 공급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오는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땅 투기 논란으로 여론이 계속 악화되면 청약 일정이 ‘올스톱’ 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고강도 규제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LH 사태의 여파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청약 대기수요자들이 신도시 입주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다시 적극적인 매수세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의 무게추도 공공에서 민간으로 다시 급격히 기울어질 전망이다. 집값 안정과 전세난 해소를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은 필연적인데, 정부 정책이 동력을 잃은 만큼 민간 건설사들이 그 빈틈을 메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대책의 상당수가 토지주와의 합의가 필요한데, 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진 현 시점에서는 토지주와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결국 민간에 의한 공급 확대에 의지해야 하는 만큼 대형 건설사는 물론 중소형 건설사들의 사업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노후된 아파트가 늘면서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올해 17조2930억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 의무거주 기간 등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덜하고, 사업 속도도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보다 상대적으로 빠르다.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려는 건설사들 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에선 강남권 최대 리모델링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아파트가 오는 5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1997년에 준공된 가락쌍용1차아파트 2064가구를 지하 4층~지상 최고 27층, 2373가구와 부대복리시설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공사비 규모는 7000억원에 이른다. 리모델링 시장 1~2위를 다투는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현대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의 참전이 예상되고 있다.

 

2002년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은 5150가구의 대단지이면서 총공사비가 약 1조원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리모델링 사업지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수주전 참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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