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커피로 만드는 로봇과 일상의 조화…로봇카페 ‘비트’

경기도 분당의 다날 본사에 마련된 ‘비트박스(b;eat box)’ 쇼룸 모습. 오른쪽은 지성원 비트코퍼레이션 대표. 사진=비트코퍼레이션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우리에게 친숙한 ‘커피’를 매개로 로봇과 일상의 조화를 현실화 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다날 그룹의 푸드테크 전문기업 비트코퍼레이션이다.

 

 로봇카페 ‘비트(b;eat)’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로봇카페 상용화에 성공하며 로봇 바리스타 시대를 활짝 열었다. 기존 1, 2세대 로봇으로 카페 100호점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 비트 3세대 로봇을 출시, 연내 추가 100개점을 오픈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지성원 대표와 11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트’ 빠른 제조로 B2B, 특수상권서 호평 

 

 비트는 2017년 다날F&B의 카페 프렌차이즈 ‘달콤’의 로봇카페 사업 TF로 시작됐다. 커피를 매개로 하되, 궁극적으로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 대표는 “‘커피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한국에서는 커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메가 콘텐츠로 분류된다”며 “커피 콘텐츠를 이용하는 오프라인 매장 고객들을 비트 기반의 모바일 앱으로 유입시키고,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선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약 1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비트는 2018년 1월 국내 첫 로봇카페를 인천공항에 선보였고, 3년이 지난 올해 2월 업계 최초 무인 로봇매장 100호점 오픈에 성공했다.

 

 비트는 아메리카노 기준 1시간에 최대 120잔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빠른 커피 제조가 필요한 B2B 시장과 특수상권 위주로 공략했던 것이 주효했다. 대학, 기업 내 카페테리아를 비롯해 리조트, 휴게소,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파트 상권의 경우 출·퇴근, 자녀의 등·하교, 커뮤니티 시설에서의 운동 전·후 등 입주민들이 커피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하루종일 이어지다 보니, 비트의 신속 커피 제조가 호평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서울 광화문 케이뱅크 본사에 로봇카페 비트(b;eat) 100호점. 사진=비트코퍼레이션

 ◆올해 ‘비트박스’ 필두로 B2C 공략 박차

 

 B2B 시장에 이어 비트코퍼레이션은 최근 미래형 리테일 플랫폼 ‘비트박스(b;eat box)’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B2C 시장 공략에 나섰다.

 

 비트박스는 3세대 로봇카페 ‘비트3X’가 탑재된 자율운영 매장이다. 기존의 1, 2세대 모델의 경우 로봇이 단독으로 기업 내 카페테리아 등에 입점했다. 반면 비트박스는 로봇 외 스마트 선반, 굿즈 판매 공간,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등이 포함된 로드샵 형태다.

 

 비트박스는 24시간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는데, 탑재된 ‘아이매드(i-MAD)’ 플랫폼이 자율운영을 돕는다. 라이다(LiDAR) 기술을 적용해 매장 안의 고객 수·위치 파악은 물론 이물질 감지도 가능하다. 

 

 또한 샐러드·RTD 등을 판매하는 스마트 선반은 ‘비트투고(b;eat to go)’ 방식을 적용해, 소비자가 필요한 물품을 고른 후 문을 닫으면 스마트 선반이 출고 상품을 자동 인식, 최초 인증한 결제 수단으로 결제된다.

 

 지 대표는 “오는 31일 서울, 판교, 대전, 세종 등에 6개의 비트박스 매장을 동시 오픈한다. 연내 비트박스로만 100개 매장을 개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 대표는 추후 구독 서비스 도입 계획도 밝혔다. 예를 들어 10잔에 9900원, 20잔에 18000원 등 단골 고객들이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봇 커피, 볼거리만큼 맛·위생 관리도 철저

 

 카페 비트는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 운영이 기본이다. 하지만 로봇이 늘 100% 완벽한 상태로 운영되거나, 매장이 스스로 청결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자 지 대표는 “자체 개발한 로보틱스 프로그램으로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며, 그 외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부분에서는 ‘비트바이저(b;eatvisor)’가 활약한다”고 설명했다.

 

 비트 로보틱스 프로그램은 음료의 제조부터 보관, 픽업, 폐기를 관리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도 픽업되지 않은 음료는 자동 폐기한다. 아울러 음료 픽업 셔터, 컵 디스펜서 등 주요 장비는 듀얼 탑재돼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무중단 서비스 진행이 가능하고, 딥러닝을 통해 로봇이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해 관리자에게 알림을 보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경기도 분당의 다날 본사에 마련된 ‘비트박스(b;eat box)’ 쇼룸에서 스마트 선반 시연중인 지성원 대표. 사진=세계비즈

 비트바이저는 일종의 매장 관리자로, 매일 하루 1시간씩 50가지 체크리스트를 확인한다. 또한 원격제어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1일 1회 키오스크 세척 등을 담당하며 로봇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처리한다.

 

 지 대표는 “현재 비트의 운영 중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95% 이상은 원격으로 해결되고 있다”며 “특히 본격적으로 B2C 상권에 나가는 3세대 모델부터는 배달대행 ‘스파이더’와의 제휴로 라이더를 통한 무인 컨시어지 지원이 가능해 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건 ‘워너비’…잡화점 형태로 서비스 확대 예정

 

 지성원 대표는 지난 2019년 열린 비트코퍼레이션 비전 선포식에서 ‘커피업계의 애플·구글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목표가 아직 유효한지 물었다.

 

 지 대표는 “비트는 단순히 커피를 제조하고 전달해주는 역할의 로봇카페를 넘어 음악·문화·결제·로봇·AI 등 다양한 가치를 담아낸 서비스 플랫폼으로 개발됐다”며 “커피 업계의 구글·애플이 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 대표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비트에 누적된 수천만 건의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 패턴을 파악하고 자주 마시는 음료를 추천하는가 하면, 연령별, 성별, 지역별 고객의 음료 취향 분석 및 유동인구와 상권분석까지 가능해졌다.

 

 비트코퍼레이션은 이렇게 쌓인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푸드테크 업계를 선도하는 플랫폼으로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내달 글로벌 인증을 거쳐 동남아와 북미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지 대표는 “비트의 슬로건은 ‘워너비(Wannabe)’”라며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가 원하는 커피와 굿즈 등 다양한 워너비 제품들을 비트박스에서 선보이고, 향후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잡화점의 형태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purpl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