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이틀째인 19일 ‘따상(공모가 두 배 상장 후 상한가 진입)’을 기록한 후 하루 만에 하락 전환하며 상한가 행진에 실패했다.
시장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유통·판매하고 있기에 향후 성장동력(모멘텀)이 남아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작년 공모주 흥행을 일으켰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과 같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 거래일 대비 1.48% 내린 16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8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자마자 공모가(6만5000원)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시초가(13만원)를 형성한 뒤 따상을 기록했으나, 하루 만에 약세로 전환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속 상한가에는 실패했지만 시총은 약 12조7372억원을 달성했고 코스피 시총은 30위를 기록했다. 상장 첫날 76만주에 그쳤던 거래량은 이날 1217만주로 15배 이상 급증했다. 거래대금도 2조1774억원으로 집계돼 코스피와 코스닥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 거래대금의 약 2배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상에는 실패했지만 향후 주가 흐름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유통 및 판매, 위탁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하고 있다. 자체 개발 백신에 대한 사업화 기대감이 크기에 성장 모멘텀이 풍부하다는 판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및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CMO·CDMO 계약을 체결했고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공급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상장 초기에 어느 정도 변동성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결국 코로나19 백신의 제조 생산 경쟁력이 점점 더 부각되며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의 성공 여부가 기업가치 상향에 매우 중요하다”며 “폐렴구균백신 역시 상업화만 된다면 2025년 이후 가장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작년 공모주 흥행을 일으켰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사례를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향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SK바이오팜은 작년 7월 초 상장한 당일 따상을 달성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는 ‘따상상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첫 3거래일간의 상한가 행진이 끝난 뒤에도 이틀 더 상승, 5거래일째인 7월 8일 21만7000원(이하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를 고점으로 SK바이오팜 주가는 미끄러지기 시작해 이달 초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으로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가까스로 11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고점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카카오게임즈도 상장 이틀째인 작년 9월 11일 상한가로 ‘따상상’에 성공하면서 8만11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9거래일간 상승이 하루도 없는 하락세를 걸으며 상장 한 달여 후인 10월 하순 4만4000원대로 저점을 찍었다.
작년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빅히트는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지만, 이후 약 한 달 간 주가 하락을 거듭한 끝에 공모가(13만5000원)보다 6000원 높은 14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상장 초기에 급등했던 종목 주가가 이후 고전하는 것은 기관 보유 물량이 차츰 풀리는 IPO 종목의 속성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 직후 열기가 뜨거울수록 이들 종목의 전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의 보유 주식에 보호예수가 적용된 것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은 되지만, 예수가 풀리고 난 후 기관의 매도 물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며 “투자에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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