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신용·체크카드 이용규모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반면, 비대면 결제 비중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는 온라인 쇼핑 등에 특화한 언택트 카드를 출시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를 통해 지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부 긴급재난지원급이 아니었다면, 지급카드(신용·체크·선불 등) 이용규모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중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2020년 지급카드 총 이용규모는 연간 2조521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2조5050억원과 비교하면 0.6% 증가한 수치이다. 앞서 2018년(2조3670억원) 5.8%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모습이다.
특히 개인 신용카드의 경우 2019년 1조5460억원에서 2020년 1조5370억원으로 오히려 0.6% 감소하기도 했다. 다만 체크·선불카드가 전년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체 지급카드 이용규모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막을 수 있었다.
카드업계에는 지급카드 이용규모 증가세 둔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카드사를 통해 지급되지 않았다면 0.6%의 증가세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급카드 월별 결제 증감률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종교집단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 3월 지급카드 결제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7.4%로 급감했다. 4월 역시 -4.4%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5월부터 다시 플러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6월과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9월에는 증가율이 각각 6.4%, 6.7%로 높았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실상 끝난 12월에는 다시 -6.4%를 기록했다.
빅테크·핀테크의 성장도 카드사의 위기를 가속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기기(스마트폰)를 통한 비대면 결제 이용규모는 일평균 8000억원(잠정치)으로 전년 대비 16.9%나 성장했다. 특히 모바일기기 비대면 결제 중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은 지난해 4분기 41.5%를 차지했고, 이중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은 61.7%를 나타냈다. 즉, 간편결제에서도 카드사 비중은 점점 축소되고, 핀테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드사는 온라인 쇼핑 특화 비대면 전용 카드를 개발 및 출시하고, 자사 플랫폼 업그레이드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디지털금융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접근성과 편리성을 앞세운 플랫폼 중심의 빅테크 네이버, 카카오의 간편결제 시장 확장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을 앞세운 핀테크의 성장과 경쟁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고, 비대면 및 모바일 기반의 간편결제는 사실상 생활화되고 있다”라며 “단순히 온라인 혜택을 강화한 언택트 카드를 출시하고,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으로는 빅테크 및 핀테크를 쫓아가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카드사를 통해 지급되는 정부 재난지원금은 사실상 계획에 없다. 또한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출 관련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도 맞물려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지급카드 사업과 관련해 갈림길에 서 있다”라며 “빅테크 및 핀테크와 손을 잡고 흐름에 편승하느냐, 아니며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로 대응하느냐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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